작년 6월 판문점에서 만난 트럼프와 김정은/AP연합뉴스
작년 6월 판문점에서 만난 트럼프와 김정은/AP연합뉴스

 

미·북 긴장이 고조된 2017년 미국이 북한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작전계획 5027을 검토했으며 여기에는 핵무기 80개의 사용 가능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한 전면전 상황에 대비한 한·미 연합사의 계획인 작계 5027에 핵무기 80개 사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은 처음 알려진 것이다.

미국은 또 2017년 7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직후 북한에 경고하기 위해 김정은이 참관하고 있던 발사장을 타격할 수 있는 거리를 정확히 계산해 같은 거리에 있는 동해에 전략 미사일을 떨어뜨렸다고 한다. 이런 내용은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18차례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15일(현지 시각) 펴낼 예정인 신간 ‘격노(Rage)’에 담긴 것이다.

13일 본지가 입수한 책 내용에 따르면 우드워드는 “(2017년 당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런 전쟁을 위한 계획은 준비돼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미 전략사령부는 북한의 정권 교체를 위한 작전계획 5027을 주의 깊게 검토하고 연구했는데, 여기엔 (북한의) 공격에 대한 미국의 대응으로 80개의 핵무기를 사용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우드워드는 “(북한) 지도부 타격을 위한 작전계획 5015도 업데이트돼 있었다”고 전했다.

2017년 당시 매티스 장관은 군과 국가안보팀이 보안 통신선으로 하는 긴급회의인 최고위 기밀 콘퍼런스를 통해 6번 정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실시간 모니터했다고 한다. 북한은 이동과 은폐가 가능한 이동식 발사 차량에 수십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에게 미국을 향하는 어떤 북한 미사일도 요격할 권한을 줬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4성 장군 출신인 매티스는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이었다.

밥 우드워드(맨 오른쪽) 미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이 2019년 12월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인터뷰하고 있다. 책상에는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같이 찍은 사진이 놓여 있다. 우드워드는 작년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18차례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신간 ‘격노(Rage)’를 15일 발간할 예정이다.
밥 우드워드(맨 오른쪽) 미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이 2019년 12월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인터뷰하고 있다. 책상에는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같이 찍은 사진이 놓여 있다. 우드워드는 작년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18차례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신간 ‘격노(Rage)’를 15일 발간할 예정이다.

2017년 7월 4일 북한은 평안북도 구성의 방현비행장 근처에서 김정은이 직접 참관하는 가운데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 화성-14형을 처음 발사했다. 당시 빈센트 브룩스 한·미 연합사령관은 매티스 국방장관 승인을 받아, 다음 날 곧바로 남북 접경과 맞닿은 동해안에서 시위와 경고 목적의 작전에 나섰다. 해안가에서 불을 뿜으며 발사된 미군 전술미사일이 186마일(약 299.33㎞)을 날아가 동해에 떨어졌다. 우드워드는 책에서 “그것은 미국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점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는 사진이 찍힌 텐트까지의 정확한 거리였다”고 이 장면을 묘사했다. 당시 미8군이 동해에서 에이태킴스(ATACMS)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김정은을 타격할 수 있는 거리를 계산해서 발사했다는 것은 처음 알려진 일이다.

우드워드는 “그 의미는 분명할 것이다. 김정은은 자신의 개인적 안전을 우려할 필요가 있었다”고 썼다. 하지만 미군 미사일이 아주 쉽게 발사장과 김정은을 조준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북한이 깨달았는지를 보여주는 정보는 수집되지 않았다고 우드워드는 덧붙였다. 북한은 미군이 에이태킴스 미사일의 방향만 서북쪽으로 바꿔 발사하면 정확하게 김정은을 맞힐 수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2017년 8월 29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넘어 태평양에 떨어졌다. 당시 매티스 장관은 북한에 확실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북한의 항구를 실제 폭격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전면전을 우려해 그만뒀다고 한다. 2017년 9월 4일 북한은 6차 핵실험을 했다. 미국은 9월 23일 전략폭격기 B-1B와 F-15C 전투기 등 20여대를 동해 북방한계선(NLL) 너머로 보내 무력 시위를 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명령도 매티스 장관의 고뇌를 더해줬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매티스 장관은 사석에서 “나는 트럼프가 뭐라고 말했든 상관하지 않았다”며 “가끔 있는 트윗을 제외하면 보통 어떤 지휘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우드워드와 한 인터뷰에서 ‘북한과 정말 전쟁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질문에 “맞는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가까웠다. 정말 가까웠다”고 말했다. 우드워드가 ‘북한이 ICBM을 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트럼프는 “그(김정은)는 엄청나게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해두겠다. 누구도 이전에 겪지 못한 크고 큰 문제”라고 했다. 김정은도 2018년 4월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때 “우리는 정말 (전쟁에) 가까웠다”고 폼페이오에게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한편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과의 여러 차례 회담 뒤 “김정은은 주한미군이 중국에 대한 제약이 되기 때문에 계속 주둔하기를 바란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미·북 간의 여러 차례 회담과 정상 간의 서한에서 김정은이 한 번도 직간접적으로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드워드는 “그것은 거기에 미군을 둬야 할 또 다른 이유였다”고 썼다. 우드워드는 또 김여정이 김정은을 “위대한 지도자” “최고 지도자”라고 불렀고 한 번도 “오빠”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