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 관련해 미 정보당국이 “멍청하다”고 판단하자 “똑똑하다”고 주장하고, 김정은이 편지로 “실망했다”고 불만을 제기했는데도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고 청개구리처럼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인터넷 매체 복스의 알렉스 워드 기자는 11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가 쓴 ‘격노’에 담긴 내용 중 북한 관련 부분을 정리해 올리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책은 우드워드가 작년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18차례에 걸쳐 진행한 광범위한 인터뷰를 토대로 하고 있고, 오는 15일 발간될 예정이다.
워드 기자의 트윗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해 8월 트럼프에게 한미 군사훈련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은데 불만을 표하면서 “나는 분명히 기분이 상하고 당신에게 이런 감정을 숨기고 싶지 않다. 정말 매우 불쾌하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뒤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에게서 어제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 아주 긍정적인 서한이었다”며 3쪽짜리 친서가 매우 아름답고 개인적인 내용이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 자리에서 “그(김정은)는 워게임(war games·한미연합훈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고 여지를 남기긴 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김정은에 대해 “간사(cunning)하고 교활(crafty)하지만 궁극적으로 멍청하다(ultimately stupid)”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김정은이 “간사하고 교활하지만 궁극적으로 멍청하다”는 CIA의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간사하고 교활하다. 그리고 매우 똑똑하고 터프하다”고 했다. CIA와 평가가 다른 이유에 대해 트럼프는 “그들(CIA)은 (김정은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한 뒤 머리 잘린 시체를 간부들에게 전시한 것을 전하면서 “(김정은이) 거칠다고 생각해? 그들(북한)은 미국 정치가 거칠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야당의 반대를 김정은의 폭정(暴政)과 비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정은)는 고모부를 죽이고 시체를 상원의원(senators)들이 걸어나가는 계단에 전시하고 머리를 잘라서 (장성택 시체의) 가슴에 얹어 놓았다”며 “(김정은의 행동이) 그게 거칠다고 생각하나? 그들(북한)은 이 나라(미국)의 정치가 거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정말 전쟁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맞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가까웠다. 정말 가까웠다”고 말했다. 실제 2017년 8월말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북한의 항구를 폭격할지 고민하다 전면전을 우려해 그만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드워드가 ‘북한이 ICBM을 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에 쏜다면, 쏜다면 말야”라며 “그(김정은)은 엄청나게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해두겠다. 크고 큰 문제들이다. 누구도 이전에 겪지 못한 크고 큰 문제”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단거리는 괜찮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미국을 위협하는 ICBM 실험을 할 경우엔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은 것으로 간주하고, 응징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