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10월 美北회담 깜짝쇼 준비하는 듯

김정은, 김여정.
김정은, 김여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47일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에 대해 정보 당국 고위 관계자는 11일 “김 부부장의 신변이나 건강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고위 관계자는 “김여정은 오히려 비공개 활동을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하고 있다”며 “그가 맡고 있는 분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통치 스트레스’ 경감 차원에서 대미(對美), 대남(對南) 분야 일부를 김여정에게 ‘위임 통치’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보 당국은 김여정이 오는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과의 고위급 협상 재개를 위한 작업을 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여정은 그동안 김정은의 현지 지도에 대부분 동행했지만 지난 7월 27일 노병대회 참석을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지난달 25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렸지만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인 김여정은 참석하지 않았다. 유성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김여정이 장기간 모습을 안 보인 것은 미북 모두를 자극했던 강경 행보를 자중하면서, 새로운 대미 협상 전략을 짜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직전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대남 공격의 전면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의 6·15 담화에 대해서도 “철면피한 궤변”이라며 막말을 했었다. 그러나 김여정은 지난 7월 미국엔 “조미(북미) 수뇌회담 같은 일은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여정이 DVD를 요구한 것은 미국에 가서 고위급 회담을 하고 싶다는 뜻”이라며 “미국도 대선 전 북한 관리 차원에서 김여정의 제안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도 북한에 대한 대화 신호가 나오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10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최근 경제적 어려움을 거론하며 대북 인도적 지원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핵화를 위한 북한과의 진지한 대화를 희망한다”고 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2018년 2월 10일 청와대를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2018년 2월 10일 청와대를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오는 19일 ‘평양선언 2주년’과 이달 말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온라인 기조연설을 통해 미북 대화 재개와 남북 협력을 다시 제안할 방침이다. 대북 제안의 내용을 두고 현재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국정원장 등 안보라인은 물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까지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논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미국 대선 이전에 북·미 간에 다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도록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미북 대화 재개와 남북 협력에 대한 제재 예외 인정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당국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두 달 넘게 침묵하는 것도 김여정의 비공개 활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한범 연구위원은 “북한이 제재와 수해로 상황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김여정과 최선희가 ‘원팀’으로 전략을 짜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와 대선 문제로 여유가 없지만,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 위해 미북 정상회담 같은 ‘깜짝쇼’를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상회담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미북 고위급 회담을 재개해 상황 관리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성옥 전 원장은 “대선 전 미북 정상회담은 어렵더라도 미북 고위급회담 정도는 가능하다”며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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