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과 민주조선 등 관영 매체들이 1일 당 고위 간부들의 태풍 피해 현지 시찰 소식을 보도하면서 이례적으로 ‘지도‘(指道)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관련 기사와 사진을 1면에 전진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당 고위 간부들이 태풍 피해 지역을 시찰했단는 소식을 보도한노동신문 9월1일자 1면. /노동신문·연합뉴스
노동당 고위 간부들이 태풍 피해 지역을 시찰했단는 소식을 보도한노동신문 9월1일자 1면. /노동신문·연합뉴스

노동신문은 이날 리병철 당중앙위 부위원장이 태풍 피해를 입은 황해남도 장연군 일대를 찾아갔다는 소식을 전하며 복구 사업을 ‘지도‘했다는 표현을 썼다.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 등 다른 간부들의 피해 복구 현장 시찰에 대해서도 같은 용어를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도’는 주로 김정일·김정은 등 최고지도자에게만 허용되던 표현이다. 당 간부들의 시찰에 대해선 ‘료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일반적이었다.

노동신문이 고위 간부들이 지방 시찰 소식을 1면에 비중 있게 보도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1면 상단에는 리병철과 박봉주, 하단에는 김재룡·리일환·최휘·박태덕·김영철·김형준 등 당중앙위 부위원장들이 황해남도의 태풍 피해 현장을 찾아간 사진과 기사를 배치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숨진 항일 빨치산 출신 인사에게 화환을 보냈다는 ‘1호 소식‘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는 우측 하단에 배치했다.

북한 매체의 보도 행태가 바뀐 것은 최근 국가정보원이 밝힌 ‘김정은 위임통치설‘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달 20일 국회 정보위에서 “김정은이 절대 권력을 행사하지만 통치 스트레스 경감과 위기관리 차원에서 소수의 고위 인사들에게 책임을 분산시키는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피해 복구를 강조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며 “노동신문 지면 배치 변화 등에 대해서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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