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상황 악화로 제재를 통한 북한 비핵화 압박이 사실상 실패했고, 북한은 대내적 질서 확립을 위한 시간을 확보했다는 중국과 러시아 학자들의 분석이 31일 나왔다.

왕지스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장은 이날 ’2020 서울안보대화 화상 세미나' 발제문을 통해 “(코로나로 인해)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끝내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을 덜 받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왕 원장은 “북한은 중국과 이념적 친화력을 바탕으로 한 더욱 깊은 정치적 연대를 표명할 것”이라며 “북한 지도부는 이제 국내 질서를 견고히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으며, 앞으로 한미 동맹에 대해 더욱 강력한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의 군사 동맹국으로서의 역할과 중국의 경제 파트너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의 현 지도부는 반중 영향력에 속하게 되는 것을 피하려고 하겠지만, 동시에 한국은 ‘민주 진영’의 일부로서 미국의 정치적 동맹이 되라는 압력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알렉산더 미나예프 러시아 외교아카데미 교수는 대북 제재를 통한 비핵화 압박이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미나예프 교수는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한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미국이 북한의 평화적인 조치를 높이 평가해주길 바랐다”며 “하지만 북한은 그 대가로 무엇을 얻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강경한 제재 정책을 완강히 고수하면서 북이 일방적인 군축에 나서기를 바라고 있다”며 “이제는 이런 방법들이 북한으로부터 어떠한 행동의 변화도 이뤄낼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할 때이며, 압박과 제재만으로는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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