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북한 인권 국제협력 대사’를 4년째 공석(空席)으로 방치한 데 대해 “특별히 활동할 영역이 넓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엔 등 국제사회는 그간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지속적으로 규탄하고 이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적극 참여를 촉구해왔다. 외교가에선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 출신인 강 장관이 북한 눈치를 보느라 대북 인권 업무를 불능 상태로 만들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현실과 동떨어진 설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1일 국회 외교통일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1일 국회 외교통일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강 장관은 이날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이 ‘북한 인권 대사 임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정부 초반에 꼼꼼히 검토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북한 인권 대사가) 특별히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지 않다,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강 장관은 이어 태 의원이 ‘지금도 제청할 때가 아니냐는 것이냐’고 묻자 “결론적으로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다”고 했다.

하지만 강 장관은 북한 인권 대사가 활동할 영역이 왜 넓지 않은지, 왜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보는지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정부는 북한 인권 대사가 임명돼 오히려 ‘성과’를 낼까 봐 아예 임명을 하지 않는 것 같다”며 “미국 등 수많은 나라의 정부와 외교 전문가는 남북 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라도 대북 인권 활동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고 했다.

강 장관은 이날 또 한국 외교관의 뉴질랜드인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선 “2017년 말 발생한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의 고통에 십분 공감한다”고 말했다. 앞서 강 장관은 지난 25일 외통위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사과하면서도 피해자 측엔 사과하기를 거부해 거센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그러다 6일 만에 ‘피해자 고통’을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강 장관은 “외교부로선 (감봉 1개월 징계로) 정리가 됐다고 봤는데 수개월 뒤에 피해자가 새로운 사실을 주장하면서 (이 사안이) 질적 또는 양적으로 다른지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됐다”며 “그런 상황에서 장관으로서 (공개) 발언을 통해 사과하는 건 정치적 법적 외교적으로 고려할 게 있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가해자인 우리 외교부 직원, 즉 우리 국민에 대한 함의도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 장관은 또 이날 외교부의 한일 갈등 해결 역량과 관련해 ‘장관은 친미·친일·친중 어느 쪽에 속하는 편이냐’는 질의가 나오자 “굳이 말하면 지미파(知美派)”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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