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북한 인권 국제협력 대사’를 4년째 공석(空席)으로 방치한 데 대해 “특별히 활동할 영역이 넓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엔 등 국제사회는 그간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지속적으로 규탄하고 이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적극 참여를 촉구해왔다. 외교가에선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 출신인 강 장관이 북한 눈치를 보느라 대북 인권 업무를 불능 상태로 만들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현실과 동떨어진 설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 장관은 이날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이 ‘북한 인권 대사 임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정부 초반에 꼼꼼히 검토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북한 인권 대사가) 특별히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지 않다,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강 장관은 이어 태 의원이 ‘지금도 제청할 때가 아니냐는 것이냐’고 묻자 “결론적으로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다”고 했다.
하지만 강 장관은 북한 인권 대사가 활동할 영역이 왜 넓지 않은지, 왜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보는지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정부는 북한 인권 대사가 임명돼 오히려 ‘성과’를 낼까 봐 아예 임명을 하지 않는 것 같다”며 “미국 등 수많은 나라의 정부와 외교 전문가는 남북 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라도 대북 인권 활동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고 했다.
강 장관은 이날 또 한국 외교관의 뉴질랜드인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선 “2017년 말 발생한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의 고통에 십분 공감한다”고 말했다. 앞서 강 장관은 지난 25일 외통위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사과하면서도 피해자 측엔 사과하기를 거부해 거센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그러다 6일 만에 ‘피해자 고통’을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강 장관은 “외교부로선 (감봉 1개월 징계로) 정리가 됐다고 봤는데 수개월 뒤에 피해자가 새로운 사실을 주장하면서 (이 사안이) 질적 또는 양적으로 다른지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됐다”며 “그런 상황에서 장관으로서 (공개) 발언을 통해 사과하는 건 정치적 법적 외교적으로 고려할 게 있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가해자인 우리 외교부 직원, 즉 우리 국민에 대한 함의도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 장관은 또 이날 외교부의 한일 갈등 해결 역량과 관련해 ‘장관은 친미·친일·친중 어느 쪽에 속하는 편이냐’는 질의가 나오자 “굳이 말하면 지미파(知美派)”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