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상관없이 남북관계 개선에만 집중할 경우 한·미 관계가 악화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행하는 북한경제리뷰 8월호에서 “한국이 미·중이 싸우는 틈을 타 남북과 북미 관계를 분리해 비핵화 진전과는 상관없이 남북관계에만 올인하려 든다면, 그리고 그 결과로 한미 간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매우 심각해진다면, 그것은 한국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적극 피해야 할 사태”라고 했다. 국책연구기관이 남북 협력의 과속과 이에 따른 한미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글을 소개한 것은 다소 뜻밖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연구위원은 코로나 대유행과 미국 대선, 미중 패권경쟁 등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응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사사건건 미중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선택을 망설이고 있으면 여기저기서 한국을 흔들어댈 것”이라고 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의 대응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힐 때까지 당분간은 한국의 입장을 어느 한쪽으로 고착시키는 결정을 내리지 말고 상황을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셈법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당분간은 대북정책에서 속도를 내기보단 국제관계를 관망하는 것이 좋을 것이란 얘기다.

한편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북한 내 코로나19 확진자 상황’을 묻자 “북쪽에 코로나 상황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 속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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