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국방장관, 한국 빼놓고 회담
 

미·일(美日) 국방장관의 29일 괌 회담에 한국이 빠진 것은 북한과 중국을 의식한 우리 정부가 소극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당초 한국 국방장관을 포함한 3자가 만나 북한·중국 문제를 논의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코로나와 국내 일정 등을 언급하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고, 이달 말 참석이 어렵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일 국방장관들만 만나 북한 대량살상무기 등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여기엔 대북 제재 취지에 어긋난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남북 교류 사업을 강행하려는 우리 정부의 태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가에선 "한국이 함께해야 할 곳에 없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는 일들이 잦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 에스퍼(왼쪽) 미국 국방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이 지난 1월 14일 미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마크 에스퍼(왼쪽) 미국 국방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이 지난 1월 14일 미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외교 소식통은 "한국의 최대 안보 위협인 북한의 대량 살상 무기와 탄도미사일 대응책 논의에서 정작 한국은 빠지고 미·일만 머리를 맞댔다"면서 "한·미·일의 대북 삼각 공조체제가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미·중 갈등 상황에서 미국 편을 드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 이번 회의에 빠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와 국내 일정은 표면적 이유일 뿐이라는 것이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21~22일엔 코로나 재확산 속에서도 양제츠(楊潔�)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을 부산에서 만나 회담했다. 코로나 확산에도 한·중 회담은 열었던 정부가 한·미·일 회담은 불참한 모양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코로나 영향과 각국 일정으로 3국 모두에 맞는 적절한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과 중국의 역내 도발 행위에 대한 대응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양측은 "북한의 모든 대량 살상 무기와 탄도미사일 폐기를 위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의견 일치를 이뤘다"고 했다. 미 국방부는 에스퍼 장관이 "북한의 대량 살상 무기와 생산 수단, 운반 수단의 완전한 제거를 포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완전한 이행에 대한 약속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정세에 관한 의견 교환도 있었다. 에스퍼 장관은 "중국이 주변 국가에 악의적인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는 중국의 행위에 반대한다"고 했다. 양측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미국의 일본 방위 의무를 규정한 미·일 안보 조약 제5조의 대상이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외교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이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국제사회 다수의 대북 정책 흐름에 역행하면서 외톨이 신세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일부는 최근 남북 물물교환 사업을 추진하려다 북측 업체가 안보리 제재 대상인 사실이 드러나 사실상 중단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에선 "대북 제재를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8일 "개별 관광 형태로 금강산 사업이 재개될 기회를 적극적으로 열어보려고 한다"며 대북 협력 정책을 강행할 뜻을 밝혔다. 전직 외교부 차관은 "중국은 한국이 미·일과 사이가 벌어지길 바란다"면서 "이번 회의 불참은 중국에 '희소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31/2020083100192.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