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선군절' 맞아 군에 충성 요구
"당이 가리키는 방향으로만 총구 겨눠야"

김정은이 13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열고 수해복구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조선중앙TV가 14일 보도했다. 회의를 주재하는 김 위원장 앞에 안건을 필기한 흔적들이 있다. /조선중앙TV
김정은이 13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열고 수해복구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조선중앙TV가 14일 보도했다. 회의를 주재하는 김 위원장 앞에 안건을 필기한 흔적들이 있다. /조선중앙TV


북한 김정은이 군 옥죄기 작업에 열심이다. 그는 선군절'(先軍節) 60주년을 맞은 25일 군에 ‘노동당의 영도’에 절대 복종하고 충성할 것을 강조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노동당 내에 ‘군정지도부’도 신설했다.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업무 보고에서 "군에 대한 당 통제력 강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혁명적 당군건설 업적은 주체혁명의 승리적 전진을 담보하는 만년재보이다' 제목의 논설을 실었다.

논설은 과거 일부 사회주의 국가들이 혁명무력을 당의 군대로 건설하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군이 사상적으로 와해하고 결국 혁명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어 북한의 인민군은 당에 완전히 예속돼야 하고 그것이 바른 길이라고 ‘선군절 훈육’을 한 것이다.

논설은 이어 "역사적 교훈은 혁명무력을 당의 위업에 무한히 충실한 군대로 만드는 것이 사회주의의 존망과 관련되는 매우 중대한 문제로 나선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군사 쿠데타 등과 같이 당을 거스르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보여주는 충성심은 선대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도로 확립됐다며 "다른 나라 군대처럼 헌법상 무력의 최고 통솔자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의무감에 의한 복종과는 근본이 다르다"고 했다.

특히 "우리 혁명에서 영도의 계승성이 확고부동한 것은 총 쥔 무장대오가 백두의 혈통만을 따르기 때문"이라며 "(이런)혁명적 군풍은 영도의 대가 바뀌는 시기에 변함없이 높이 발휘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백두혈통’인 김정은에 절대 복종하라는 것이다.
인민군 탱크부대를 찾은 김정은. 밝은 표정인 김정은과 달리 그의 주변 병사들의 얼굴은 어둡다.
인민군 탱크부대를 찾은 김정은. 밝은 표정인 김정은과 달리 그의 주변 병사들의 얼굴은 어둡다.


신문은 또 '8월 25일, 역사의 이날과 더불어' 제목의 기사에서도 "오직 당이 가리키는 방향으로만 총구를 내대고 곧바로 나가는 당군이 바로 장군님(김정일)께서 품 들여 키우신 우리 혁명무력의 참모습"이라고 했다.

북한이 이처럼 인민군에 노동당의 영도에만 복종하고 충성할 것을 강조하는 것은 김정은이 집권 초기부터 신경써온 군부 장악의 일환이다. 그의 부친인 김정일 체제에서는 군부가 국정 운영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편이었다. 김정은은 이랬던 군부의 힘을 빼려고 하는 것이다. 군을 당의 철저한 통제 아래 놓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8월 25일을 선군절로 정한 것은 6·25 전쟁과 관련이 있다. 김정일은 1950년 6·25 남침 전쟁에서 맨 처음 서울에 입성한 105탱크 사단을 1960년 8월 25일 시찰했다. 북한은 선군절을 김일성·김정일 시대엔 크게 부각하지 않다가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3년부터 대대적으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20대 나이에 집권해 ‘나이 콤플렉스’가 있던 김정은이 ‘장군님(김정일)도 18세 때 혁명했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5/20200825006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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