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제재·코로나·수해 겹치자 공안통치 강화하고 군부 더 통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작년 말 군부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당에 '군정지도부'를 신설하고 최근에는 사법·공안 조직을 담당하는 '조직행정부'도 새로 설치하려는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국정원은 김정은이 여동생 김여정에게 대남·대미 사업 등 일부 권한을 위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정은이 군사와 사법·공안 분야도 측근들에게 맡겨 통치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제 경제 제재와 코로나·수해 등 3대 악재가 겹친 위기 상황에서 군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동요하는 민심과 흐트러진 내부 기강을 잡기 위해 공안 조직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사법·검찰·보위·안전 관련 조직을 담당하는 조직행정부를 노동당 중앙위에 신설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7년 전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을 처형하면서 해체한 행정부를 명칭만 바꿔 부활시키려는 것이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지난 5일 김정은 주재로 열린 당중앙위 제7기 4차 정무국 회의에서 "당 중앙위원회에 새로운 부서를 내올 데 대한 기구 문제를 검토·심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3일엔 당 정치국 7기 16차 회의에서 노동당에 신설되는 부서와 관련해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이익을 수호하고 사회의 정치적 안정과 질서를 믿음직하게 유지 담보하며 우리의 계급진지, 사회주의 건설을 철통같이 보위해 나가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북한이 신설하는 조직행정부는 사실상 장성택 처형으로 해체된 당 행정부의 부활"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지난 2013년 말 장성택을 처형하고 그가 부장을 맡았던 노동당 행정부를 완전 해체했다. 해체된 노동당 행정부가 하던 역할과 조직원들은 노동당 조직지도부로 편입됐다. 노동당 행정부는 과거에도 북한 권력 내의 견제를 받았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부서였다. 그러나 1971년 9월 김일성은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당 행정부를 해체해 조직부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묵살하고 행정부를 유지했다. 후계 체제 구축 과정에서 대규모 숙청 작업이 필요했고 이를 당 행정부에 맡겼다.

그러다 당 행정부는 1991년 조직지도부에 편입돼 존재감이 사라졌으나 2007년 독립됐다.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이 부장을 맡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하고 해체한 행정부를 이 시점에 부활하려는 것은 삼중고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불만이 쌓여 정권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행정부를 통해 권력 내부에 대한 강력한 통제력을 행사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이날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 이후 대숙청이 있었는데 이를 주도한 사회안전성이 2000년 4월에 심화조 사건으로 인해 인민보안성으로 이름이 개칭됐는데 이번에 다시 사회안전성으로 환원했다"며 "공안 통치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행정부가 신설되면 사회안전성 등 공안 기관을 관할한다. 그런 만큼 조직행정부 신설은 권력 내부 숙청 등 권력 장악력 강화 작업을 염두에 두고 이뤄지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직행정부 수장에는 김정은의 최측근이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북한이 작년 말에 군정지도부를 신설했다"면서 "목적은 군에 대한 통제력 강화"라고 했다. 군정지도부장의 의전서열은 북한군 서열 1위인 군 총정치국장보다 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정지도부장은 인민보안상(한국의 경찰청장 격)을 지낸 최부일이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김정은의 '농구교사'로 알려진 최부일은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을 지낸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대북 소식통은 "당 조직지도부 군사지도과를 하나의 독립된 부서로 승격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3월부터 북한이 최고사령부 직속 군정지도부를 통해 군부 권력기관 간부들을 검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은 지난 2017년 10월 군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을 통해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제1부국장 등을 처벌했다"며 "경제 위기로 군부도 흔들리는 상황에서 군부에 대한 당의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1/20200821001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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