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남북관계법 개정 추진… 국민 기본권 과도한 제한 논란 "북한보안법 아니냐" 비판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접경 지역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거나 북한을 향해 확성기, 전광판을 사용해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킬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의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통일부가 미래통합당 지성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민주당 소속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지난 6월 발의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의 내용을 전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국회에 밝혔다. 이 법안에는 북측을 향한 확성기 방송, 대북 전광판 게시, 전단 살포 행위 등을 '남북합의서 위반 행위'로 규정해 처벌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 발의에는 현역 의원 신분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민주당 이낙연·전해철·김영호·윤건영 의원 등도 참여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 3일 외통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돼 향후 90일간 심사를 거치게 된다. 하지만 90일이 지난 뒤 민주당이 개정안 강행 처리에 나서면 야당이 막을 마땅한 수단은 없다.

민주당은 '반입·반출 허가 물품'에 대북 전단을 포함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등을 부과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도 안건조정위에 상정한 상태다. 이에 대해서도 "법 체계상 무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데 이번엔 한발 더 나아가 대북 전단 살포 등을 남북합의서 위반 행위로 규정해 형사처벌하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지난 3일 외통위에서 "남북교류협력법은 반입, 반출과 관련한 절차의 문제로 (대북 전단 제재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며 "남북관계발전법에서 좀 더 포괄적인 차원에서 법 체제가 보완, 완성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정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북한이 문제 삼는 일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정권을 지나치게 의식한 과잉 조치란 지적이다. 현 정부와 여당은 지난 4월 총선 압승 이후 이런 기조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북한 김여정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맹비난하자 정부는 전단 살포 활동을 해온 탈북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에 대한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국제 인권 단체 등에서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정부는 오히려 제재 수위를 더 높이려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상호 적대 행위 금지'를 약속한 2018년 판문점 선언 합의 내용을 근거로 법 개정까지 밀어붙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런 법 개정 작업을 두고 '김여정 하명법' '북한보안법'이란 말도 나온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은 대북 전단 외에 '남북합의서에서 규정하는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지 행위'를 포괄적으로 처벌할 수 있게 했다. 또 북한이 우리 국민의 막대한 세금이 들어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대해 배상 조치에 나서지 않으면서 북한의 반발을 이유로 우리 국민을 처벌하는 법을 도입하는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당·정은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험을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해선 법에 명시해 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 외통위 전문위원과 입법조사관은 검토 보고서에서 "형벌 법규 법률주의와 포괄위임 입법 금지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지성호 의원은 "북한의 대응 사격 위협 등 외부적 요인을 기준으로 우리 국민에 대한 처벌 여부를 결정하게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06/202008060028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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