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수차례 경찰에 알렸지만 같은 경찰서 상사 "잊어라" 묵살
 

탈북민 보호 업무를 맡았던 현직 경찰이 탈북 여성을 21개월간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 경찰은 직무를 충실히 수행했다고 정부 표창까지 받았었다. 게다가 해당 경찰의 상사는 "사선(死線)을 넘어 도착한 자유 대한민국에서 후회 없이 살려면 잊어야 한다"며 탈북 여성의 피해 호소를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측 전수미·양태정 변호사가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 보안계에서 근무했던 A 경위는 2016년 5월부터 2018년 2월까지 12차례 이상 피해자를 성폭행한 것으로 돼 있다. A 경위는 피해자로부터 500만원짜리 고급 시계를 갈취하기도 했다고 한다.

A 경위는 서초서 보안계에서 수사과 경제팀 소속으로 옮겼다가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지난 6월 대기발령 조치됐다. 서초서가 자체 감사를 진행해 왔다고 하는데 이날 고소로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게 됐다. A 경위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탈북자 신변 보호담당관으로 일했다. 직무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2016년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로부터 '영웅패'를 받은 적도 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A 경위는 북한 정보 수집 등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2016년 피해자 집에서 성폭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는 A 경위뿐만 아니라 그 윗선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피해자는 2018년 3월 A 경위 상사인 서초서 B 경감(당시 보안계장)에게, 같은 해 8월과 9월에는 당시 서초서 경제팀장, 서초서 신변 보호담당관 등에게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B 경감은 "정식으로 고소장을 내거나 잊어버리는 게 낫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지방의 한 파출소장으로 발령받은 B 경감은 본지와 통화에서 "오래전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피해자는 서초서의 자체 감사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피해자가 서초서 청문감사관을 만나 피해 상담을 했지만, 서초서는 '진정서를 접수하지 않아 감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회피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13일 피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적 대응에 나선 이후에서야 서초서는 A 경위를 대기발령 조치하고 감찰을 시작했는데, 이날 피해자 측은 "경찰 수사를 못 믿겠다"며 검찰에 직접수사를 요청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29/202007290026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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