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연합뉴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근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자신을 겨냥해 '적(敵)과 내통하는 사람'이라고 한 데 대해 "모욕적"이라고 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최근 적과 내통하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라는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 질문에 "들어봤다"고 했다. 김 의원은 "국정원장 후보자에게 '내통' 발언은 굉장히 심각한 얘기"라고 했고, 박 후보자는 "저도 모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과거 이후락 중앙정보부장도 7·4 공동 성명을 위해 북한에 가서 회담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야당 대표 시절 북한에 가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며 "이것을 '내통'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북한이 주적(主敵)이 맞느냐'는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질문에 대해선 "북한은 우리 주적이면서 평화와 협력 통일의 대상"이라고 했다. 관련 질문이 계속되자 "성실하게 말씀을 드렸는데 왜 자꾸 물으시냐, 기억을 못 하느냐"며 "여기서 100번 소리 지를까요? 광화문광장에서 할까요?"라고 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자신의 학력을 둘러싼 의혹을 두고 야당 의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박 후보자가 1965년 단국대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조선대 학력 자료를 허위로 제출했다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에 이를 광주교대로 고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55년 전이면 하태경 의원님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이라며 "그때의 사회적 개념과 21세기의 개념은 많은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적 정리는 대학에서 책임질 일이지, 제가 정리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박 후보자가 2015년 모 업체 대표 이모(78)씨로부터 5000만원을 빌린 뒤 원금과 이자를 갚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됐다. 미래통합당은 '고액 후원 및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친구라서 5000만원을 빌렸고, 재산 신고도 했다"며 "갚든 안 갚든 저와 제 친구 사이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 "당시 전당대회에 쓸 일이 있어서 (이씨에게) 현금으로 빌렸다"며 "(이씨는) 김대중 정부에서 어떤 특혜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선 "경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꼭 넘기겠다고 청와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8년 대공수사권을 국가정보원에서 경찰로 이관하고 경찰 내에 '안보수사처(가칭)'를 신설하는 내용을 제시했다. 박 후보자는 "(대공수사권을) 넘기면 '간첩은 누가 잡나'라는 걱정을 잘 알고 있지만 수사 과정에서 조작과 은폐 등 너무나도 많은 흑역사가 존재하고 있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1980년대 미국에서 '전두환 대통령 환영위원장'을 맡은 데 대해선 "잘못을 반성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27/20200727038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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