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美에 北영변·강선 핵시설 폐기 끌어내겠다 제안"

한국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7~9일 방한한 것을 계기로 미·북 비핵화 협상 중개를 자청했으나 무산됐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22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는 모습.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이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는 모습.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이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요미우리신문은 한·미·일 협상 소식통을 인용해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달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비건 부장관과의 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 한국은 중개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담당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비건 부장관 방한 전 미·북 간 의사를 조율했지만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한국 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실무자 협의가 아닌, ‘톱다운’ 형식의 해결을 제안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또, 협상 방식과 관련해 북한을 설득해 영변 핵시설 폐기 외에도, 비핵화 조치를 추가하는 ‘영변+α(알파)’를 끌어내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한국 측은 ‘α’로 평양 교외 강선의 비밀 우라늄농축시설 폐기를 거론했지만, 미국 측은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미국 측은 그러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조하고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산음동 비밀 미사일 연구시설의 실태를 알 수 있는 목록을 제출할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미국은 이밖에 ▲모든 핵개발 계획의 포괄적 신고와 완전한 형태의 미국과 국제사찰단 현지 방문 ▲모든 핵 관련 활동 및 새로운 시설의 건설 중지 등의 요구를 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물밑에서 북한에 전했지만, 북한은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는 한 북·미대화는 무의미하다”고 반응했다고 요미우리는 보도했다. 사전 물밑 중재 실패로 결국 비건 부장관 방한 때 미·북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비건 부장관이 방한 때 ‘앞으로도 한미 워킹그룹은 계속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북한을 독자적으로 지원하려는 한국을 견제했다”고 전했다. 앞서 비건 부장관은 방한 중에 북한이 ‘미국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관해 “우리는 북한과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이번 방한은 우리의 가까운 친구와 동맹을 만나기 위해서다”고 밝힌 바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22/20200722020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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