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 만에 살벌한 경제 시찰
 

80일 만에 경제 분야 시찰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불같이 화를 내며 책임자들을 전면 교체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이 노동당 창당 75주년(10월 10일)까지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20일 김정은의 발언을 전하며 "엄하게 지적하셨다" "호되게 질책하셨다" "준절히 비판하셨다"는 표현들을 썼다.

극심한 경제난 속에 무리하게 병원 건설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노력 동원, 상납금 강요 등으로 민심이 악화하자 김정은이 직접 불만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코로나 총력 대응'과 김정은의 '인민사랑'을 상징하는 사업이 지지부진한 데 대한 조바심이 엿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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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2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은 시찰 현장에서 "책임 있는 일꾼들을 전부 교체하라"며 호되게 질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공사 현장에서 보고받은 뒤 "건설 연합 상무(TF)가 아직까지 건설예산도 바로 세우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경제조직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에서 구상한 의도와는 배치되게 설비, 자재 보장 사업에서 정책적으로 심히 탈선하고 있다"며 "각종 지원사업을 장려함으로 해서 인민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들씌우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은 또 "건설 연합 상무가 모든 문제를 당 정책적 선에서 풀어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며 "이대로 내버려두면 우리 인민을 위한 영광스럽고 보람찬 건설투쟁을 발기한 당의 숭고한 구상과 의도가 왜곡되고 당의 영상(이미지)에 흙탕칠을 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일꾼들을 전부 교체하고 단단히 문제를 세우라"고 지시했다.

평양종합병원 건설은 요즘 김정은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김정은은 지난 3월 17일 이 병원 착공식에 참석해 연설한 뒤 직접 첫 삽을 뜨고 발파 단추를 눌렀다. 김정은은 노동당 창당 기념일까지 완공을 지시하며, 내각에 필요한 자재와 설비를 최대한 앞당겨 공급하라고 했다. 평양종합병원 건설은 지난 2일 김정은이 주재한 당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코로나 방역과 함께 2대 안건으로 다뤄졌다.

하지만 김정은의 지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은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이날 "평양종합병원의 골조·외벽은 완성됐지만 내부에 설치할 의료 설비와 자재들이 준비되지 않았다"며 "중국 등에 파견된 무역 일꾼들이 열심히 뛰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고 했다.

이 때문에 건설을 책임진 간부들이 주민들로부터 각종 명목으로 돈을 뜯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이 간부들을 질타하며 '각종 지원사업' '인민들의 부담'을 언급한 것도 북한 당국이 부족한 건설 자금과 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충성자금' 명목의 상납금을 강요해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로 인해 민심이 동요하고 불만이 커지자 김정은이 직접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21/20200721002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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