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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전단 띄우는 사람들 "김일성 가짜 항일, 6·25 진실만 알리면 돼"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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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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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전단 금지 논란
 

안용현 논설위원
안용현 논설위원

"삐라 살포는 최후의 발악적 흉계." "불온 삐라를 갖고 있을 경우 처단할 것." 북한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1960년대 중앙정보부와 치안국이 발표한 내용이다. 당시 북은 '평양 인민의 풍족한 생활' '무상 교육, 무상 의료' 같은 내용을 삐라에 담았다. 이를 보고 실제 북으로 넘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남한 권력층의 비리 의혹은 '천기누설'쯤으로 여겨졌다. 그 상황이 180도 뒤바뀐 것이다.



◇"전단 보고 탈북했기에 전단 보낸다"

대북풍선단 이민복 대표는 17년째 대북 전단을 날리고 있다. '왜 시작했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전단을 보고 탈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황해도가 고향인 이 대표는 1990년 우연히 '6·25가 남침'이라고 적힌 전단을 주웠다. 처음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북침이라면 어떻게 3일 만에 서울을 내줬겠는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6·25 참전 조선족과 휴전선 주민에게 몰래 물어보니 답은 명확했다. '완전히 속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욕이 절로 나왔다고 한다.
 
대북풍선단 등 여러 단체들이 경기 북부에서 대북 전단을 풍선에 매달아 날리고 있다.
대북풍선단 등 여러 단체들이 경기 북부에서 대북 전단을 풍선에 매달아 날리고 있다. 17년째 전단을 날려온 대북풍선단 이민복 대표는 "전단 3만장을 매단 풍선 하나 띄우는 데 약 10만원이 든다"고 했다. /국민행동본부

김일성을 신(神)으로 만든 건 두 가지다. 일제와 싸워 나라를 세웠고 미제와 싸워 나라를 구했다는 선전이다. 두 기둥이 무너지면 '김일성교'의 신정(神政) 체제는 온전할 수 없다. 그래서 그의 전단엔 김일성의 가짜 항일 운동과 6·25 진실을 알리는 내용이 꼭 들어간다. 2차 대전 당시 일본군과 미군의 항모(航母) 전투 동영상을 USB에 담아 보내는 것은 "김일성이 '솔방울 폭탄'으로 일본군을 물리쳤다는 선전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직접 보라는 의미"라고 했다. 김씨 일가에 대한 욕설은 거의 없다고 한다. "저급한 욕을 하면 오히려 북 주민의 반감과 의심을 산다"고 했다. '최고 존엄' 먹칠이 아니라 가면을 벗기는 것이 목표다.

선교 단체 '순교자의 소리'는 15년째 성경(소책자)을 풍선에 넣어 북으로 보내고 있다. 작년에만 4만부를 띄워 보냈다고 한다. 단체 대표는 "북한 지하 교인들과 한 약속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적 내용의 전단은 보낸 적이 없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성경 풍선을 막으며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고 한다.

◇전단 3만장 매단 풍선 날리는 비용 약 10만원
 
전단 3만장 날리는 풍선 비용

2003년 첫 전단은 문구점 풍선에 한 장씩 묶어 날리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지금 같은 대형 풍선은 2005년 등장했다. 풍선 하나에 전단 3만~5만장(3~5㎏)을 매달 수 있다. 현재는 풍선에 타이머를 부착해 전단 뭉치를 하나씩 떨어뜨리며 멀리 날려보내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이민복 대표는 "선풍기 타이머 원리를 이용해 풍선용 타이머를 만들었다"고 했다. 선풍기 타이머처럼 돌면서 한 시간마다 풍선에 매달린 전단 뭉치 끈을 푸는 방식이다. 중국 공장에서 제작했다. 풍선에 넣는 수소 가스 양도 중요하다. 풍선 비행 고도인 3000~5000m의 기압을 고려해 절반 정도만 채워야 한다. 그는 2013년 가스안전관리 자격증을 땄고 2016년에는 풍선 기술로 특허도 얻었다. 작년에만 풍선 1000개 이상, 전단으로는 3000만장 이상을 조용히 날렸다. 이번에 북 정권이 준비한 대남 전단이 1200만장이다.

이 대표는 풍선 한 개(전단 3만장) 띄우는 비용은 "약 10만원"이라며 명세서를 보여줬다. 15만원이던 비용을 '기술 혁신'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풍선 비닐 1000원, 타이머 1500원, 가스 1만3000원, 차 기름 4000원, 1인 식사비 1500원, 전단 인쇄비 5만4834원 등이다. 종교 단체 등이 전단을 인쇄해 오면 5만~6만원만 받고 대신 보내주기도 한다. 일부 단체의 풍선 하나당 '150만원' 주장에 대해선 "1달러짜리를 많이 넣고 컬러 인쇄를 한다고 해도 과도한 비용"이라고 했다.

선교 단체 '순교자의 목소리'는 헬륨 가스 풍선을 쓴다고 한다. 가격은 수소보다 20배 가까이 비싸지만 고도 3만m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북한군 눈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단체 관계자는 "풍선으로 성경을 보내면 1부당 8000원쯤 든다"며 "제3국에서 사람을 고용해 들여보내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했다. 비용은 90% 이상 해외 기부로 충당한다고 한다. 그래서 회계 투명성에 더 신경 쓴다고 했다.

두 단체 모두 '풍향'을 강조했다. 북서풍이 부는 북반구 특성상 전단을 북으로 날릴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주로 5~9월에 보내는데 일기예보 등을 보다가 바람이 맞으면 한밤중이라도 뛰어나간다고 한다. "김일성·김정일 생일이나 6·25 같은 특정 날짜를 정해놓고 공개 행사로 전단을 날리면 바람이 안 맞아 남쪽에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北 위협에도 전단 공개적으로 날리는 건 문제]

북한군이 접경 지역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데도 공개적으로 전단을 날리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건 문제다. 전단은 우리 국민에게 보이기 위한 쇼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공개가 바람직하다. 지금 막무가내로 전단을 보내려는 곳은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 형제뿐이다.

과도한 표현과 불투명한 회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풍향이 맞는 날 소리 없이 보내는 단체가 더 많다. 10곳이 넘던 대북 전단 단체가 지금은 4~5곳 정도라고 한다. 대북 풍선단은 "반대하는 국민에게 맞서는 건 도리가 아니다"라며 "기회는 또 올 것"이라고 했다. 과거 정부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으로 일회적으로 전단을 막는 방법을 썼다.


[천영우 "진실이 김일성교 신앙 무너뜨린다"]

북이 전단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건 2004년부터다. 그해 노무현 정부는 북한과 '6·4 합의'를 했다. 북은 서해 NLL(북방 한계선) 도발을 중지하고 한국은 확성기·전단 등 심리전을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쌀 수십만t을 받고도 고개를 쳐들던 북이 전단 중단에는 고마워했다고 한다. 탈북민이 연간 2000명씩 발생하고 이들이 만든 전단이 북으로 날아가기 시작한 때다.

그러나 이 합의는 2010년 천안함 폭침으로 깨졌다. 한국이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자 북은 "이명박 대통령 비방을 그만할 테니 확성기·전단은 멈춰 달라"고 매달렸다고 한다. 당시 정부는 "대통령 비난은 한국민이 누리는 자유"라며 북 제안을 거절했다. 이후 북은 전단을 향해 고사총을 쏠 정도로 '아프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 정권이 아파하는 건 전단에 주민의 눈과 귀를 열게 하는 진실이 담겼기 때문이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진실은 북 신정 체제를 지탱하는 '김일성 교'에 대한 북 주민들의 신앙을 무너뜨리는 바이러스 역할을 한다"며 "김정은에겐 코로나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의 노동당 위원장이란 세속적 권력은 '김일성 교' 교주(敎主)라는 종교적 권위에서 나오는 것이다. 북 주민들이 전단을 통해 교주와 교리의 허구를 깨닫는다면 김씨 왕조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

통일부 전 차관은 "그동안 북이 '상호 비방 중단'에 민간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주장할 때마다 우리 정부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손댈 수 없다는 입장을 지켜왔다"고 했다. 어떤 남북 합의도 헌법의 본질적 가치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전단 금지법은 만들지 못했다. 문 정부가 김여정 한마디에 전단을 법으로 막으려는 건 북 주민을 억압하는 김정은 편에 서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천영우 전 수석은 "진실을 막아 북 주민이 노예 상태에 머물도록 방조하는 건 동족에게 해선 안 될 일"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02/20200702048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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