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5일 반미(反美) 군중집회를 열지 않았다. 북한은 매년 6월25일마다 반미 군중집회를 개최해 왔으나, 싱가포르 1차 미북정상회담 이후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올해도 개최하지 않았다.

6·25 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은 25일 경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에서 주민들이 농사일을 하고 있다. 초소 위에 서 있는 병사도 보인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 북한 주요 매체들은 26일 6·25전쟁 70주년 관련 행사를 보도하면서 반미 군중집회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전국 각지에서 '조국해방전쟁(6·25)' 참전열사묘 참배가 이어졌다며 1면에 사진과 기사를 실었다. 조선중앙통신도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 참배만 보도했고, 전날 조선중앙TV 역시 참전열사묘 참배와 함께 전승기념관 관계자들의 회고를 다뤘다.

통상 북한은 매년 6·25 전쟁 발발일인 6월 25일부터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까지를 '반미 공동투쟁 월간'으로 지정하고, 첫날인 25일 평양과 지방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왔다. 하지만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첫 미북정상회담이 성사되자 이례적으로 군중집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하노이 노딜' 이후인 2019년에도 군중집회를 열지 않았다. 올해는 미국과 북한간 비핵화 협상이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져 있고, 6·25전쟁 70주년이어서 정치적 의미가 크지만 군중집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은 전날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외무성 군축·평화연구소 보고서를 발표하고 하노이 노딜 후 유지해온 대미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보고서는 싱가포르 회담 후에도 미국이 북한을 겨냥한 핵 위협과 적대 정책에 더욱 매달렸다며 미국에 맞서 힘을 계속 키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에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수위를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6·25전 쟁 70주년을 맞아 대미 비난보다 체제 수호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중심으로 내부 결속 강화를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조국수호 정신은 대를 이어 계승해나가야 할 사상 정신적 재부' 제목의 논설에서 "공화국을 압살하려는 적대 세력들의 책동은 정치, 경제, 군사와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악랄하게 강행되고 있다"며 "오늘의 정면돌파전은 수령옹위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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