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유례없는 군사위 예비회의 열어 군사행동 돌연 보류 지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연일 '무자비한 보복' '삐라 불벼락'을 위협하며 위기를 끌어올리던 북한이 16일 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보류' 한마디에 태세를 전환했다. 최전방 30여 곳에 설치됐던 대남 확성기는 모두 철거됐고, 선전 매체들에 실렸던 대남 비난 기사들은 삭제됐다.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담화로 포문을 연 대남 파상공세가 20일 만에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정부는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날 북한 관영 매체들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가 전날 김정은 주재로 열린 소식을 전하며 "(이 회의에서) 인민군 총참모부가 당중앙군사위원회에 제기한 대남 군사 행동 계획들을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총참모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금강산·개성공단에 군대 전개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철수·파괴한 민경초소(GP) 복구·재무장 ▲대남 삐라 살포 지원 등을 예고했다.

김정은의 '보류' 결정은 이번 위기 국면 조성을 통해 얻고자 했던 대내외적 목적들이 어느 정도 달성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주간 북한은 평소 민감해하는 '탈북자' '삐라' 이슈를 전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 주요 기사로 대서특필하는 이례적 행태를 보였다. 고려대 남성욱 교수는 "대남 적개심을 고취해 동요하는 주민을 다잡겠다는 목적이 달성됐고, 전단 단속에 소극적이던 우리 정부가 적극적 단속·처벌 의지를 밝혔으니 실익도 있다"고 했다.

김정은 남매의 '6월 대남 협박극'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끄는 데도 성공했다. 코로나 사태와 인종차별 시위 등 국내 이슈에 매몰돼 북한의 각종 협박·도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미국은 최근 "(북에) 실망했다"는 입장(9일)을 낸 데 이어, 한반도 인근에 3개의 항모전단과 전략폭격기를 전개했다. 지난달 북·중 교역이 163% 급증하는 등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정황들도 포착되고 있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내부 불만이란 '급한 불'은 껐지만 북의 최대 고민은 제재"라며 "언제든 제재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인질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5/20200625001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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