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DMZ '목함지뢰' 도발 당시에도 대북확성기로 강경 대응
남북고위급 접촉 통해 북한 공식 유감 표명 이끌어내

2018년 5월 1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육군 9사단의 한 초소에서 병사들이 임진강변에 설치된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하고 있다./조선DB
2018년 5월 1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육군 9사단의 한 초소에서 병사들이 임진강변에 설치된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하고 있다./조선DB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군사행동계획 보류 지시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했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5년 북한의 DMZ 목함지뢰 도발을 감행한 직후 전방 부대 10여곳에서 11년 만에 대북 방송을 재개했었다. '자신감을 잃은 김정은' '철부지 김정은' '민족의 이름으로 처단해야 할 독재자' 등 표현을 북으로 내보내 김정은을 자극했던 것이다. 그러자 북한은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당시 벼랑 끝 위기 상황이 이어지다가 결국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는 공동 합의문을 도출했다. 북한은 목함지뢰 도발에 대해서 이례적으로 공식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8·25 남북 합의 당시 북한 대표단은 '대북 방송을 무조건 중단시키라'는 김정은의 특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의 최고 존엄인 김정은을 직격하는 우리 군의 몇 안되는 비대칭 전력이라고 평가한다. 북한이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할 때마다 군 내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이 대응책으로 거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만큼 조준 타격의 가능성도 제기돼 2015년 이후로는 실제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지는 않았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조선D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조선DB

한 대북 전문가는 “김정은의 군사행동계획 보류 결정에는 여러가지 배경이 있겠지만 저자세로 일관하던 우리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가능성을 거론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북한을 다루는 과정에는 당근과 채찍을 함께 써야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된 사례”라고 했다.

탈북 외교관 출신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군이 전날 북한 대남확성기 재설치에 대응하여 철거한 대북 확성기들을 복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자마자 김정은은 군사행동을 보류한다고 했다”며 “무력은 문화를 절대 이기지 못하며, 북에 핵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대북방송이 있다”고 썼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4/20200624032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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