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군사행동계획 보류 지시 이후 군사분계선 일대에 설치한 대남확성기 방송 철거에 나선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북한이 신속하게 대남 확성기 방송 철거에 나선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비용 문제 및 남한의 대북방송 재개 등을 고려했을 때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군이 비무장지대 인근에 최근 전개한 대남확성기/뉴스1
북한군이 비무장지대 인근에 최근 전개한 대남확성기/뉴스1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은 북한군 총정치국 산하 적공국의 지시를 받아 군단 산하 적공부와 사단 산하 적공과가 운영하는 전선지역의 대남방송국과 80여곳의 비무장지대 확성기 초소를 통해 전개된다.

북한군 출신의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한 두곳도 아니고 비무장지대 전체에 전개된 수십개의 대남방송국에서 고출력의 재래식 방송장비를 재가동하려면 많은 전기가 필요하다”며 “방송 운영 인력도 새로 뽑아야 하는 등 방송재개에 부담이 클 것”이라고 했다.

대남방송 재개에 따른 우리군의 대북방송 재개를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측이 대북방송을 재개할 경우 심리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과거 비무장지대(DMZ)에서 진행되는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군을 심리적으로 무력화 시키는 효과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확성기 1대는 최대 방송 거리가 20여㎞에 달해 DMZ(비무장지대)에 인접해 있는 북한군 1개 사단 지역을 가청권(可聽圈)에 둘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MZ에서 귀순한 북한군의 대부분이 확성기 방송을 듣고 탈북할 정도다. 우리군은 대북방송을 자정 넘어서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 내 방송병은 남한의 대북방송을 전부 기록해 지휘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대남확성기 방송은 우리군의 대북확성기 방송을 북한군이 듣고 동요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응 조치로 진행됐다.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이 듣지 못하게 하는 맞대응 방송(맞불방송)과 내부방송 등 소위 ‘심리전 제압방송’을 한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확성기를 남측의 대북 확성기와 같은 방향인 북쪽으로 돌려놓고 방송하는 것이 군 당국의 감시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남측의 대북방송이 북측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게 된다.

북한군은 2018년 4월 대남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 전까지 북한은 여름에는 오전 5시부터, 겨울은 오전 6시30분부터 북한 애국가로 방송을 시작했다. 당시 북한은 주로 정치 선전물과 ‘지새지 말아다오, 평양의 밤아’ 등 노래를 틀었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북한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한 이유를 한국의 대북방송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태 의원은 24일 페이스북 ‘북한엔 대북방송이 단연 특효약’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우리 군이 전날 북한 대남확성기 재설치에 대응하여 철거한 대북 확성기들을 복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자마자 김정은은 군사행동을 보류한다고 했다”며 “대북방송이 무섭기는 한가보다”라고 주장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4/20200624028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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