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승리가 필요하다' 했다던데 사실이라면 오싹한 일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작년 6월 30일 판문점 미·북 정상 회동 직후 '핵 동결'로 북핵 협상을 종결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에서 주장했다. 핵 동결은 북한이 핵무기를 추가로 만들지 않으면 이미 보유한 핵무기에 대해선 문제 삼지 않는 것으로,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묵인받는 효과가 있다.

작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직후, 뉴욕타임스는 '새 협상에서는 미국이 북핵 동결에 만족할 수도 있다'는 기사를 썼다. 이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란 이전 미국의 입장보다 후퇴한 것이었다. 몽골을 방문하느라 DMZ 회동에 빠졌던 볼턴은 북핵 실무 협상을 맡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기사의 취재원이란 것을 확인했다. 볼턴은 트럼프가 DMZ 회동으로 신난 틈에 "합의를 하고 싶어 안달 난" 비건이 멋대로 행동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볼턴은 당시 트위터에 "NSC(국가안보회의) 보좌관들이나 나는 '북핵 동결에 만족'할 의향에 대해 들어보거나 논의한 적 없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7월 3일 볼턴을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비건의 말이 당신 얘기보다 더 (트럼프) 대통령 생각에 가깝다"고 했다. 볼턴은 "이게 사실이라면 오싹한 일이었다"고 회고록에 적었다. 트럼프가 북핵 폐기가 아니라 동결로 만족할 뜻이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볼턴에 따르면 폼페이오는 DMZ 미·북 정상 회동 뒤 트럼프에게 "존 케리나 할 법한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장관이었던 케리가 북핵 해법으로 거론했던 '핵 동결'은 대안이 아니라고 설득한 것이다. 하지만 그때도 트럼프는 "난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핵 합의란) 승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단서를 달았다고 한다.

당시 미 국무부는 "협상의 목표는 여전히 북한 내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제거"라며 뉴욕타임스 기사를 부인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3/20200623002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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