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美함정 등 회담장 文이 제시… '비핵화 합의 있어야 한다'며 거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3차 미·북 회담 추진을 집요하게 권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합의가 우선"이라며 그 요구를 거절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에서 주장했다. 당시 청와대는 북한 영변 핵시설과 일부 핵심 시설을 폐기하는 대신 미국이 일부 제재를 완화하는 '굿 이너프 딜(괜찮은 거래)'이란 중재안을 들고 3차 미·북 정상회담 추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 완전히 외면당했다는 것이다.

23일(현지 시각) 발간되는 볼턴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그해 4월 11일 백악관으로 왔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은 괜찮다"면서도 "(3차 미·북 정상회담은) 세기의 정상회담이 될 수 있는 극적인 장면을 원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극적인 결과를 이뤄내기 위해 시간, 장소, 형태에서 극적인 접근 방식을 촉구하면서, 판문점 혹은 미 해군 함정을 만남의 장소로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독백(monologue)'에 거의 잠들 것 같았던 트럼프는 말을 중간에 끊고 "한 번의 회담이 결론 없이 끝나는 것은 문제가 안 되지만, 아무도 두 번이나 걸어서 나가기를 원치 않는다"며 거절했다고 볼턴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계속 자신이 트럼프와 북한 김정은의 정상회담에 참석할 수 있다고 했지만, 트럼프는 "비핵화 합의가 있어야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며 재차 거절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이 끝날 무렵 한국에 돌아간 뒤 북측에 6월 12~27일 사이에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볼턴은 전했다. 트럼프는 다시 한 번 "날짜는 괜찮지만 그전에 북한과 (비핵화)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완곡하게 거절했다.

볼턴 회고록에 따르면 이날 문 대통령의 3차 미·북 정상회담 추진 요구를 트럼프가 최소 네 차례 거절한 셈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3/20200623002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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