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 단독입수]
트럼프와 김정은 싱가포르 회담에선...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AFP 연합뉴스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당신은 비밀스럽지만 아주 괜찮은 사람”이라고 아부성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오는 23일(현지시각) 출간 예정인 ‘그 일이 일어났던 방’의 한반도 관련 주요 부분을 입수했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 도착할 당시 이미 피곤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황에서 짜증이 난 상황이었다.

싱가포르에서 폼페이오가 회담 준비 브리핑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이건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핵심 내용이 빠진 공동성명을 서명하고 기자회견을 열어서 승리를 선포하고 이곳을 빨리 뜰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북한을) 제재하면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에 오간 대화는 서로에게 ‘아부’하는 모습이었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고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명석하고 비밀스럽지만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 훌륭한 인격을 지난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는 김정은의 유도질문으로 “트럼프가 김정은에 낚인 것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후 서로 덕담이 오고가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이 비핵화 합의를 상원에서 인준을 받겠다고 하자 폼페이오는 ‘트럼프는 거짓말쟁이’라고 쓰인 메모지를 건네기도 했다.
싱가포르에서 확대정상회담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싱가포르에서 확대정상회담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김정은은 이후 한미 연합훈련을 줄이기 원한다고 했고, 트럼프는 즉시 “한미훈련은 돈 과 시간낭비다. 불만스럽다”며 한미훈련 취소를 결정했다. 국방장관 외교·안보라인과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더 이상 북한의 위협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트럼프와 김정은 두 사람 중 누구 책상위에 더 큰 핵단추가 있는지 비교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2018년 1월 김정은이 ‘내 책상위에 핵 단추가 있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내 핵단추가 더 크다”고 했었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엔 제재 해제가 다음 주제가 될 수 있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 논의에 열려있지만 수백 개의 새로운 제재를 언급할 게 남았다”고도 했다.

김정은은 워싱턴의 대북 초강경파인 볼턴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김정은이 볼턴에 ‘나를 믿을 수 있나’라고 묻자 볼턴은 진실도 거짓말도 할 수 없어 “대통령이 믿으면 거기서부터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정은은 “내가 (북한내) 강경파들에게 당신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소개로 북한 김정은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DB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소개로 북한 김정은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DB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신뢰구축은 개소리”라며 북한에 화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2018년 7월 6~7일 방북했지만 김정은도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때 폼페이오는 워싱턴으로 전화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신뢰구축은 개소리였다”며 화를 냈다. 볼턴은 이를 트럼프가 몇 달간 한 말을 중 가장 똑똑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우리가 왜 한국전쟁에 참여했고 그렇게 많은 부대를 보냈는지 이해지 못한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볼턴은 폼페이오의 당시 방북의 가장 큰 목적 중에 하나는 트럼프가 사인한 엘튼 존의 ‘로켓맨 CD’를 전달하는 것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폼페이오가 김정은을 만나지 못하면서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때 한미자유무역협정 개정안을 사인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대해 볼턴은 ‘서울이 평양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때까지 이를 사인하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한국이 마음대로 대북지원을 할 수 없도록 자유무역협정을 볼모로 잡아 뒀던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1/20200621015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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