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70년, 아직도 아픈 상처] [1] 강원, 연락사무소 폭파직후 축소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 일부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가 6·25전쟁 70주년 행사를 속속 축소하거나 취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는 연락사무소가 폭파된 지난 16일 6·25참전유공자회 강원도지부와 도내 보훈단체들에 '6·25전쟁 70주년 행사' 규모를 축소한다고 구두(口頭) 통보했다. 참석 대상을 '도내 18개 시·군 국가유공자 등 2000여명'에서 '접경지역 6개 시·군 유공자 300~400명'으로 줄이고, 장소도 '민통선 내 철원 DMZ평화문화광장'에서 민통선 밖 백마고지 전적지로 바꾼다는 내용이었다.

이 통보는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파괴한 지 수 시간 만에 내려졌다. 통보를 받은 한 관계자는 "도청 직원이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으니 축소하자'더라"고 전했다. 이틀 뒤 전달된 공문에는 "남북관계 악화 및 코로나 19 확산 우려에 따라 축소한다"고 적혔다. 도 관계자는 "행사 소음이 북한으로 넘어가면 북한을 도발할 우려가 있었다"며 "군에서도 행사 재고를 요청하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참전 용사들은 서운해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에서는 참석 대상이 174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최동식(87) 6·25참전유공자회 원주시지회장은 "코로나 예방을 위한 거리 두기에 맞춰 버스도 넉넉하게 9대나 빌려놓고 기다렸는데 회원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참전 용사 이영식(90)씨는 "내가 싸웠던 민통선 내에서 먼저 간 전우들 넋을 위로하고 싶었는데 북한 눈치를 보느라 못 가게 한다니 말이 되느냐"며 "참전 용사들이 앞으로 얼마나 살겠느냐. 앞으로 80주년, 90주년 행사는 없다"고 했다.

경기도, 포천시, 경남 남해군 등도 계획된 6·25 행사를 취소한다고 이번 주 들어 잇달아 공지하고 있다. 이 지자체들은 행사 취소 사유를 '코로나 확산 방지'로 내세운다. 고령의 참전용사들을 한곳에 모으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임석환(87) 참전유공자회 포천지회장은 "시와 협의하에 6·25 행사를 취소하고 간단한 식사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며 "6월 25일을 앞두고 전화를 걸어오는 회원들에게 일일이 사정을 설명하고 있긴 하지만 다들 서운해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0/20200620000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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