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긴장 고조]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비어 있던 일부 '민경 초소'(GP)에 경계 병력을 투입하고 개성공단에도 병력 수십 명을 배치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이미 예고했던 군사적 조치를 실행하기 위한 예비 조치로 해석됐다. 다만 북한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경고 메시지에 대해선 반응을 내지 않았다. 우리 정부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막말도 없었다. 대신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는 내부 선전 활동을 부각했다.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대남 경고장을 보낸 북한이 우리 정부의 향후 대응을 지켜보면서 도발의 시기와 수위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 평양에 있는 김종태전기기관차연합기업소 노동자들이 17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을 전하는 노동신문 기사를 읽고 있다.
북한 평양에 있는 김종태전기기관차연합기업소 노동자들이 17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을 전하는 노동신문 기사를 읽고 있다. /AFP 연합뉴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은 전날 오후부터 DMZ 북측 지역 일대에 비어 있던 민경 초소 여러 곳에 경계병으로 추정되는 군인을 일부 투입했다. 민경 초소는 한국군의 최전방 감시 소초(GP) 같은 곳이다. 한국군은 60여 개, 북한군은 150여 개의 GP를 각각 두고 있다. 북한군이 설치한 민경 초소 중에는 경계병이 상주하지 않는 곳이 많았는데, 이곳 중 일부에 병력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경 초소에 투입된 북한 군인들이 삽과 곡괭이를 들고 다니는 모습도 포착됐다.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폭파했던 일부 GP 복구 작업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앞서 "북남 군사합의에 따라 DMZ에서 철수하였던 민경 초소들을 다시 진출·전개시켜 전선경계근무를 철통같이 강화할 것"이라며 "전반적 전선에서 전선경계근무 급수를 1호 전투근무 체계로 격상시킬 것"이라고 했다. 북한군의 1호 전투근무 체계는 최고 수준의 전투 준비 태세다. 화기에 실탄과 탄약을 장착하고 완전 군장을 꾸린 뒤 진지에 투입되는 것을 말한다. 일선 부대에는 지난 17일 지시가 하달됐다. 현재 최전방 북한군 부대는 철모를 쓰고 개인 화기에 총검을 착검(着劒)한 상태로 근무하고 있다. 북한군 총참모부가 연대급 부대와 방사포 부대(화력구분대)를 배치하겠다고 밝힌 개성공단에도 50~80여 병력이 드나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병대이거나 전위 부대일 가능성이 크다. 개성은 유사시 서울에 이르는 가장 짧은 남침로인 '개성-문산 축선'에 있다.

북한군 총참모부가 조만간 북 민간단체를 동원해 대남 삐라(전단) 살포 작전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동신문은 이날 "인간쓰레기들의 서식지인 남조선 땅에 속 시원히 '삐라 벼락'을 퍼부을 만단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주민의 발언을 소개했다.

북한은 이날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응당 없어질 것이 없어졌다는 통쾌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삼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간 것 같다"는 주민들의 '말 폭탄'을 소개했다. 신문은 또 우리 정부에 대해 "온 민족과 전 세계 앞에서 맞도장을 찍은 합의도 지키지 못하는 숙맥들"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연락사무소 폭파는 첫 시작에 불과하다"며 "연속 터져 나올 정의의 폭음은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다만 전날 청와대의 대북 경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무맥무능한 남조선 당국자들에 의해 초래된 위기'라는 기사에서 "금후(이후) 조선(북한)의 연속적인 대적 행동 조치의 강도와 결행 시기는 남조선 당국의 처신·처사 여부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강력한 대남 경고를 통해 우리 정부가 직접 대북 제재 해제를 위한 과감한 행동에 나서도록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우리 정부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도발 시기와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한편 북한 김선경 외무성 유럽 담당 부상은 유럽연합(EU)이 한반도 긴장 고조 행위를 자제하라고 촉구한 데 대해 "EU는 최고 존엄을 모독한 인간쓰레기들을 엄정 처벌하라고 남조선 당국을 지적해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9/2020061900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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