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긴장 고조]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북한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잇따른 군사 위협에도 북한을 달래 남북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대북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정면 대응이나 대북 정책 전환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신 대북 전단 철저 단속, 대북 제재 완화 이전의 남북 경협 등을 강조하고 있다.

여권에선 우리 정부가 잘못했다는 '자성론'까지 나왔다. 이런 인식은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과 외교 안보 원로 간담회에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면서도 "인내하면서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북 도발에도 남북, 미북 대화를 계속 추진하면서 길을 찾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정부는 미국과 북한을 설득해 미북 정상회담을 재개하고, 북한의 일부 비핵화와 제재 해제 등을 교환하는 '톱다운' 방식 타협안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전날 간담회에는 대북 원칙적 대응이나 한미 동맹 강화를 주장하는 인사는 한 명도 초대하지 않았다.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7일(현지 시각) 미국에 도착,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나 대북 제재 관련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18일 "북한이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대화의 장을 열어놨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대북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호 통일부 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열린 긴급 당정 회의에서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한반도 평화로 가는 유일한 첫 길"이라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외교부에 "미국, 중국 등 주변국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대북 공조를 더욱 강화해달라"고 했다. 통일부에는 "향후 실질적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책을 준비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북 전단처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관련 부처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현 상황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서 찾는 듯한 발언이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도 "(우리가) 강하게 받아치면 저쪽에선 더 강하게 받아칠 수밖에 없다"며 "북한에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면 북한도 도발을 멈출 것이라는 인식이다. 대한민국 정부 재산인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배상 얘기는 없었다.

청와대는 전날 북한에 "몰상식" "더는 감내하지 않겠다"고 강력 대응했지만 18일에는 비판 발언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장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일부도 대북 전단 규제 방침을 재차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북 전단 살포를 막자고 하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외교 안보 라인 개편에서도 북한을 '내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사들을 우선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했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민주당의 이인영·우상호 의원 등 전대협 출신 정치인이 통일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북한과 말이 통하고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지북파(知北派)'를 등용하겠다는 것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대북 제재를 뛰어넘어 남북 협력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말했다. 여 권에선 남북 경협의 과속(過速)을 막기 위해 미국 측 제안으로 구성된 '한미 워킹그룹'을 집중 비판하고 있다. '선(先) 남북 협력, 후(後) 한미 공조'가 현실화할 경우 한미 동맹 악화는 물론 국제사회와 마찰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를 규탄하면서 "대북 제재가 완전히 이행될 수 있도록 세계 각국과 협력하겠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9/202006190014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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