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긴장 고조] 與의원들,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남북 관계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가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선 "2018년으로 돌아가자"며 남북 평화 프로세스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서울·평양에 대사관 역할을 할 연락사무소를 두자"는 주장도 나왔다. 한반도 전쟁 위기설 속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로 남북, 미·북 대화의 물꼬를 텄던 2018년 같은 국면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후 핵 폐기를 거부한 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를 노려왔다. 이 때문에 여당의 대북 인식이 장밋빛 낙관론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18일 라디오에서 "우리 정부가 2018년 남북 관계를 열었던 정신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자"며 "'어게인 2018'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은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남북,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등 남북 관계가 순항하던 때다. 윤 의원은 "남과 북이 손을 잡고 가야 할 지점이 온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작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노딜 이후 북핵 폐기는 실종됐다. 이런 가운데 제재에 반발한 북한은 사실상 남북 관계 파탄을 선언하며 2018년 9월 문을 연 남북연락사무소를 21개월 만에 폭파했다.

같은 민주당의 김두관 의원은 이날 "이 기회에 평양과 서울에 남북 대사관 역할을 할 연락사무소를 두는 협상을 시작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북한의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를 전화위복으로 삼자는 주장이다. 북한이 정상 국가라면 연락사무소는 서울과 평양에 하나씩 두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북한이 우리 국민 돈 170억원이 들어간 한국 재산을 잿더미로 만든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국가적으로) 자존심이 상한다고 북한과 한판 붙어야 하느냐"고 했다. 이어 "하루라도 빨리 개성공단의 공장을 돌려야 한다. 금강산에 우리 관광객이 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군 총참모부는 전날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연대급 부대들과 화력구분대들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과 상당수 전문가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문재인 정부의 남북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우리는 참 좋은 대통령을 보유한 국민"이라고 했다. 그는 "남북 관계는 좋은 시절보다 비바람 몰아치는 위기 상황이 더 많았다"며 "지난 2년간의 평화에 너무 당연한 것처럼 안주했다"고 했다. '좋은 대통령'인 문재인 대통령 덕분에 이례적으로 지난 2년이 평화로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민주당에선 북한의 도발이 남북 협력에 대한 한국 정부의 소극적 태도 때문이란 주장도 이어졌다. 홍익표 의원은 라디오에서 "문 대통령이 (2018년 9월)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10만명이 넘는 평양 시민 앞에서 직접 연설한 것은 문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배려였다"고 했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 "2019년 8월 북한이 한·미 연합 훈련을 하지 말아 달라고 매우 거칠게 요청했는데, 결국은 우리가 (훈련 규모를) 축소해서 하게 됐다"며 "북한 처지에선 '결국은 한국과 미국이 약속을 깼구나'가 됐다"고 했다. 또 "2018년 '평화의 봄'을 만들어냈다. 그때의 초심으로 다시 한 번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와 같은 남북 관계 자세를 버려야 한다"며 "인내하고 참고 견딘다고 해서 북한 태도가 변하겠느냐"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북한의 도발을 옹호하는 철없는 여당 인사들의 모습을 이제는 지워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9/202006190027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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