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북제재 연장… 김정은, 김여정 내세워 DMZ 軍투입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긴장을 고조하는 가운데 미국이 북한에 대해 "비상하고 특별한 위협"이라며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1년 더 연장했다. 긴장 고조로 제재 해제를 받아내려는 북한에 제재 연장 카드로 맞받아친 것이다.

북한은 18일 동해안 초소를 비롯해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비어 있던 일부 민경초소(GP)에 경계 병력을 투입하고, 개성공단에도 북한군 병력 수십 명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지난 17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지구 등에 부대 전개를 예고한 뒤 실제 행동에 들어간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첫 시작에 불과하다"며 "우리 군대의 자제력은 한계를 넘어섰다. 구체적인 군사행동 계획이 검토되고 있다는 군대의 발표를 신중히 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위기의 한반도… 말없는 두 남자
/일러스트=김성규
하지만 미 백악관은 17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명의로 의회에 보낸 대북 제재 연장 통지문에서 "한반도에서 (핵)무기에 사용할 수 있는 분열성 물질의 존재와, 북한 정부의 정책은 미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에 비상하고 특별한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이후 발동된 대북 제재 행정명령 6건의 효력이 연장됐다. 대북 제재 행정명령은 매년 6월 의회에 연장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한·미 간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다. 사태 해결의 키를 미국이 잡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본부장은 대북특별대표를 겸직하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등을 만나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자 미국에서는 한미연합훈련 재개와 항공모함 파견 등을 요구하는 대북 강경 목소리가 나왔다. 2017년 백악관에서 대북 압박 작업을 총괄했던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 허드슨 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북한 도발에 대해 "위협에 대응할 우리 능력을 군사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8월에 예정된 (한미 연합) 훈련들이 있다. 강력한 훈련이 돼야 한다"고 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자신이 주한미군 사령관이라면 "군사적 수단으로 (대북) 압박을 높이는 방법을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핵 폭격기, F-35 전투기, 항공모함, 핵추진 잠수함 등의 전략자산 전개를 주장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본지에 미국의 대북 제재 법률을 모두 이용해 '최대 압박'을 하고, 군사훈련 재개와 북한 인권 문제 제기 등을 통한 전방위 압박을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가들은 사태 해결의 키를 잡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북한 문제를 부각하지 않고 상황 관리에 주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은 가급적 피할 것이란 예상이다.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은 본지에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지 않는 한) 한반도 상황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대응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핵·미사일 도발을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을 달래기 위해 대화에 나서 미북정상회담 같은 또 한 번의 '깜짝쇼'를 할지, 아니면 군사적 응징 등 초강경 대응을 통해 북한을 힘으로 제압할지 선택해야 할 수 있다. 미 대선 국면과 맞물려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북한 도발 수위와 트럼프 대응에 따라 한반도는 예측불허의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9/20200619001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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