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북핵(北核)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7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을 방문했다. 북한이 지난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다음날 한·미 정부의 북핵·제재 관련 협의체 ‘한미 워킹그룹’을 콕 집어 맹비난한 직후 이뤄진 방미(訪美)다.

이 본부장은 이날 낮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방문 목적을 묻는 취재진에 “지금 말하면 안 된다. 죄송하다”면서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평소 미국 출장시 취재진의 질문에 가던 걸음도 멈추고 현안 관련 설명을 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방미가 ‘특별 임무’를 띠고 급박하게 이뤄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는 이번 방미에서 미측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나 최근 북한의 도발 움직임과 관련해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본부장이 비건 부장관을 만나 남북 관계 악화 방지를 위해 북한이 요구해오던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설명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외교부는 이번 이 본부장과 비건 부장관의 회의 개최 일시나 장소를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김여정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남북 관계 악화의 주범이 한미워킹그룹이라며 중지론을 거론하는데 검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자리에서 지금 특별히 할 말은 없다”고 했다.

전직 외교부 차관은 “북한이 최근 한미 공조 움직임에 거북감을 강하게 드러내자 외교부가 ‘한미 워킹그룹’은 입에 올리지도 않고 그간 공개해왔던 한미 북핵 회의마저 몰래하려 한다”면서 “북한이 노리는 것 중 하나가 한미 공조 약화”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최근 북핵 문제도 제대로 제기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은 지난 9일 ‘핵군축·핵비확산조약(NPT) 스톡홀름 이니셔티브 장관급 회의(이하 NPT 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지만, 공개적으로 ‘북핵(北核) 문제’를 제기조차 하지 않았다. 외교부가 이 회의 참가 결과에 대해 밝힌 200자 원고지 7매 분량의 보도자료에도 ‘북한 비핵화’나 ‘북한’이란 단어는 하나도 없었다.

최근 김여정의 대북 전단 비난 등 북한의 파상적인 대남 압박에 위축된 우리 정부가 최대 외교·안보 사안인 ‘북한 비핵화’를 이제 입 밖으로 제대로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외교부는 올초만 해도 간헐적으로 국제회의에서 북핵 문제를 거론했지만, 최근엔 이마저도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월 2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핵군축·핵확산금지조약(NPT) 관련 '스톡홀름 이니셔티브 장관급 회의'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지속적인 지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지난 9일 열린 ‘스톡홀름 이니셔티브 회의’에선 이 차관이 북핵 문제는 쏙 뺐던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8/2020061804128.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