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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균]김정은이 겁내는 대통령, 김여정이 비웃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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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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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폐기·인권 손도 못 대고 종전·제재 완화 대변했는데 사무소 폭파에 김여정 조롱
 

김창균 논설주간
김창균 논설주간

며칠째 험한 막말로 겁을 주던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날려 버렸다.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잘난 척, 정의로운 척, 평화의 사도처럼 처신머리가 역겹고 꼴불견"이라고 말 폭탄까지 보탰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무슨 문제가 있었길래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나. 뭔가 어그러지고 탈이 난 건 분명하다. 그러나 그 주어가 대북 정책인지는 의문이다. 대북 정책은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북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북한을 움직이기 위해 채찍을 들면 대북 압박 정책, 당근을 내밀면 대북 포용 정책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문 정부는 북한을 바꾸려 한 적이 없다.

대한민국 대북 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북핵 폐기인데, 문 정부에선 그 용어 자체가 실종됐다. 북한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대신 비핵화라는 말을 썼다. 그 말이 그 말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전혀 다르다.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한반도 비핵화다. 핵전력을 갖춘 주한 미군이 한반도에서 떠나는 것이 첫 단추요 전제 조건이다. 그나마 비핵화라는 말도 못 꺼내게 됐다. 작년 말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왔다"고 하더니 며칠 전 외무성 국장은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라"고 했다.

대북 정책이라면 북 인권 문제도 빠져선 안 된다. 문 정부 들어 북한인권재단은 문도 열어보지 못하고 폐쇄됐고, 북한인권 국제협력대사는 공석 상태다. 대북 인권 단체에 대한 지원은 삭감되거나 끊겼다. 유엔 북한 인권 결의에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해 왔던 관례도 11년 만에 깼다. 외교부 장관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인권은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변명했다. 문 정부가 북한에 비핵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기나 했나.

대북 정책의 최종 목표는 남북통일이다. 헌법 1조 4항에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쓰여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라고 시작되는 취임 선서를 읽은 지 두 달 만에 헌법 무시를 공언했다.

대통령은 2018년 9월 1일 평양 능라도 경기장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가는지 가슴 뜨겁게 봤다"고 했다. "얼마나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갈망하는지 절실하게 확인했다"고도 했다. 북한이 나아가는 방향에 공감했고, 북한의 평화 의지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런 북한이라면 무슨 변화가 필요하겠나. 문 대통령은 북한을 지금 모습 그대로 사랑한다. 대통령이 뜯어고치려고 한 것은 북한을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경계하는 대한민국과 미국의 '삐뚤어진' 관점이었다.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석에 앉았다는데, 방향 지시 내비게이션은 김정은 손에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반 종전선언 채택을 핵심 국정 과제로 삼고 총력전을 폈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하루빨리 하는 게 신뢰 회복의 선차적 요소"라고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미국을 설득하려 "종전선언을 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취소하면 된다"는 상식 밖의 말을 하기도 했다. 2018년 10월 김정은은 "종전선언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면서 제재 완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신호등이 바뀌자 문 정부도 핸들을 틀었다. 대통령은 유럽 순방길에 만나는 정상마다 "제재 완화로 비핵화를 촉진하자"고 했다가 "실질적 비핵화가 될 때까지 제재를 준수해야 한다"는 면박만 당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9일, 미 월스트리트 저널은 '남한이 달빛 시대로 진입한다'고 썼다. 대한민국 새 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햇볕 정책과 대통령의 성을 합성해 '달빛(moonshine) 정책'이라고 부른 것이다. 달은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햇빛을 반사한다.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의 희망 사항에 따라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의 변화를 추진했다. 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대한민국의 대북 정책이 아니었다. 김정은 대남, 대미 공작의 하청 용역이었다. 한반도 전문가들이 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 혹은 대리인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다. 달빛 정부는 '김정은 태양광'을 투사하느라 처절하게 노력했지만 '북핵 용인, 제재 해제'라는 주문 계약을 완수하지 못했다. 그래서 갑질을 당하는 중이다.

대통령은 대선을 한 달 앞둔 2017년 4월 10일 페이스 북에 "문재인은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썼다. 김정은은 겁나서 뒤에 숨고, 여동생이 대신 대통령을 비웃고 조롱하는 모양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7/20200617049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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