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긴장 고조] 다음 카드는… 총참모부 "금강산·개성공단·GP에 부대 재주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하루 만인 17일 북한군 총참모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구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는 '4개 군사 분야 지침'을 공개했다. 이어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앞으로 실행해 옮길 무력행사 세부내용도 밝혔다. 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2017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서울 불바다'를 또다시 거론했다. 북한군 병사들이 최전방 지역에서 철모를 착용하고 착검(着劒)한 모습도 포착됐다. 남북 간에 군사합의 파기를 넘어 군사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날 노동신문에서 "금강산 관광지구·개성공단·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소초(GP)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는 것을 포함, 서해 포병부대의 전투근무체계(1호)를 격상하는 동시에 훈련을 재개하고 대남 '삐라(전단)' 살포를 위한 군사적 안전대책 또한 보장하는 내용을 구체화하겠다"고 했다. 총참모부가 당 최고 군사 기관인 당 중앙군사위원회에 군사 행동을 보고한 지 하루 만에 중앙군사위 공식 결정이 내려지기도 전에 구체화된 지침을 밝힌 것이다. 이는 남측의 군사합의 준수 촉구에도 불구하고 군사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포문 열린 서해 北해안포 - 북한군 총참모부가 ‘서해 포병부대의 전투근무체계 격상’을 언급한 17일 오전 서해 대연평도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남도 옹진반도 개머리해안. 해안포 진지의 일부 포문이 개방돼 있다. 군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포문 폐쇄를 약속한) 군사합의 이후에도 포문이 개방돼 있어 논란이 됐던 곳인데 실제로는 해안포가 배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한다”고 했다.
포문 열린 서해 北해안포 - 북한군 총참모부가 ‘서해 포병부대의 전투근무체계 격상’을 언급한 17일 오전 서해 대연평도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남도 옹진반도 개머리해안. 해안포 진지의 일부 포문이 개방돼 있다. 군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포문 폐쇄를 약속한) 군사합의 이후에도 포문이 개방돼 있어 논란이 됐던 곳인데 실제로는 해안포가 배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북한군은 우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 내 병력 이동을 위한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들 지역에 지역 방어 임무를 수행할 연대급 부대와 필요한 화력구분대들을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화력구분대는 방사포(다연장로켓) 부대인 '전선 장거리포병 구분대'를 지칭한다. 개성은 유사시 서울에 이르는 가장 짧은 남침로인 '개성-문산 축선'에 있다. 북한은 2003년 12월 개성공단 착공 이전 개성과 개풍군 판문읍 봉동리 지역에 정예 2군단 소속 6사단과 64사단, 62포병여단을 배치했었다. 서울과 가까운 개성 지역에 방사포 부대가 배치되면 북한의 '서울 불바다' 위협이 빈번해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파렴치의 극치'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입 건사를 잘못하면 그에 상응해 이제는 삭막하게 잊혀가던 서울 불바다 설이 다시 떠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불바다 위협은 지난 1994년 남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북한 대표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박영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의 입에서 처음 나와 큰 파문을 일으켰다.

북한 서해 포병 부대 훈련이 재개되면 해군과 연계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의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폐쇄했던 해안포 포문(砲門)을 개방하고 NLL 이북 또는 이남 해상으로 포 사격 도발을 할 수 있다. 이날 일부 언론 취재 결과 연평도와 가까운 북 개머리 해안포 진지의 일부 포문이 개방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군 소식통은 "해당 지역은 군사합의 이후에도 계속 포문이 개방돼 있어 논란이 됐던 곳인데 실제 해안포가 배치돼 있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다만 군 당국은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해안포 포문을 바로 개방해 사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군사합의에 따라 폭파 철거된 GP 10개 위에 임시 초소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병력을 재투입할 수 있다.

군 당국은 지난 2015년 북한군 지뢰 도발 당시 북한이 준전시 상태를 선포했던 일이 재연될 수 있다고 보고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시 김정은 지시로 북 전방부대에 준전시 상태가 선포된 뒤 갱도진지 안에 있던 장사정포들을 꺼내 사격 태세를 취하고, 잠수함(정) 50여 척이 동시에 출항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었다.

한 예비역 장성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예고돼 있는 상황에서 남북 군사합의 때문에 중단됐던 최전방 지역 무인기 정찰비행 재개 등 군사합의 파기에 따른 상응 조치를 즉각 실행해 옮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8/20200618001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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