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에 상임위 구성 강행 '주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기획재정위 등 일부 상임위 회의를 소집했다. 지난 15일 법제사법위원회 등 6개 상임위 위원장을 단독 선출한 후 이틀째 상임위 가동을 강행한 것이다. 원(院) 구성 강행에 반발해 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 중인 통합당을 향해 오는 19일까지 나머지 12개 상임위 구성에 응하라는 요구도 계속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선 상임위원장 선출을 늦추고 통합당과 협상 노력을 더 해야 한다는 기류도 흘렀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남북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야당을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기재위·보건복지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등 세 상임위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상임위 회의에 불참했다.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은 상임위 여당 간사를 선출하고 소관 부처 장관들에게서 업무 보고를 받았다. 아직 위원장이 선출되지 않은 교육위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등 일부 상임위의 여당 간사 내정자와 위원들은 정부 부처와 간담회 형식의 회의를 했다.
 
與 이틀째 단독 상임위… 문제제기하며 퇴장하는 국민의당 최연숙 -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합의 없이 회의가 열렸다”며 산회 요청 후 퇴장하고 있다.
與 이틀째 단독 상임위… 문제제기하며 퇴장하는 국민의당 최연숙 -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합의 없이 회의가 열렸다”며 산회 요청 후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도 겉으로는 원 구성과 관련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해찬 대표는 당 회의에서 "코로나 국난과 비상 경제 상황 속에서 남북한 문제까지 겹치고 있다"며 "통합당은 무익한 보이콧을 멈추고 국회 정상화에 협조하라"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19일까지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19일까지 통합당이 원 구성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위원장을 선출하지 않은 12개 상임위 위원장 선출을 강행하고 다음 주부터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들어가겠다는 입장도 고수했다.

하지만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가 지금까지의 국면을 많이 바뀌게 했다"며 "(통합당 없이 국회를) 개문발차하고 달리고 있지만 좀 더 기다려서라도 국회 구성을 마무리하고 특히 안보 문제와 관련해 초당적 협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19일에 상임위원장 추가 선출을 안 할 수도 있다는 뜻이냐'는 물음에 "그렇게 볼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원 구성 시한으로 제시한) 19일에는 (민주당 몫) 5개 상임위 정도는 (위원장 선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야당의 반대 속에 상임위원장 선출을 밀어붙이기는 무리라는 얘기도 당내에서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전날 오전까지 통합당의 반발에도 원 구성을 강행할 기세였다. 그러나 전날 오후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주춤하는 분위기다. 현 정부가 추진해온 남북 평화 프로세스가 북한의 무력 도발로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을 향해 초당적 안보 협력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원 구성을 밀어붙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이날 통합당을 향해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국회로 돌아와달라"고 했다. 민주당의 이런 기조 변화는 여론 악화 가능성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야당이 현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 책임론을 제기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거여(巨與)의 독주' 프레임까지 겹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대북 문제에서 수세에 몰린 만큼 원 구성에서 통합당을 힘으로 압박하기보다 좀 더 냉각기를 갖는 게 낫다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8/20200618001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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