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이 김정은에 특사 제안했는데… 김여정이 거부

북한 관영 매체들이 17일 보도한 '남조선 당국이 특사 파견을 간청(懇請)'이란 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우리 정부의 대북 특사 파견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나서 "뻔한 술수가 엿보이는 이 불순한 제의를 철저히 불허한다"고 밝혔다는 부분이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우리 대통령의 대북 특사를 받을지 말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결정하는 게 상식"이라며 "아무리 백두 혈통이고 대남 사업을 총괄한다지만 김여정이 특사 제의를 걷어찬 것은 다소 의외"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김여정이 '위임에 따라'란 표현도 없이 문 대통령의 특사 제안을 거부했음을 주목하고 있다. 대남 사업에 관한 한 김여정에게 '수령'에 준하는 독자 결정권이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고위급 탈북민 A씨는 "김정은이 무슨 이유에선지 당분간 남북 관계를 악화시키기로 작정하고 그 악역을 여동생에게 맡긴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은 남북 관계가 좋아지는 시점에 '관대한 지도자' 모습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최근 들어 김정은·김여정 남매가 내치와 외치를 분담하는 듯한 정황이 보이는 것도 이런 분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정은은 지난 7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평양 시민의 생활 보장' 문제 등 내부 문제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흘 전 '김여정 담화'로 대북 전단 문제가 남북 관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이었지만 여기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김여정의 급부상을 김정은의 건강 문제와 연결하는 분석도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 시각) "김여정의 부상(浮上)은 김정은의 건강이 최상이 아니라는 추측에 새로운 불을 지피는 깜짝 놀랄 만한 변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