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라인 교체 가능성
 

김연철 통일부 장관

김연철〈사진〉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튿날인 17일 "남북 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辭意)를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예고 없이 통일부 출입기자실을 찾아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많은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 장관의 사의 표명을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관의 사의에 대해) 대통령이 금명간 재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 후임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우상호 전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 장관 사퇴를 계기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외교 안보 라인에 대한 개편도 이뤄질 수 있다. 야당뿐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도 "김 장관과 정의용 안보실장 등이 북한의 이상 조짐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김 장관 후임에 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대화 가능한 '지북파(知北派)'이면서 통일부를 장악할 정치적 힘을 갖고 있는 인물이 우선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상호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후임을 임명할 때까지는 3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총선 불출마 이후 정부가 아닌 민간 영역에서 통일 운동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었다. 다만 문 대통령이 통일부 장관을 제안할 경우 선뜻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일부에선 후순위로 관료 출신이나 학자 출신도 대안으로 거명하고 있다.

그간 여권에선 김 장관에 대한 평가가 분분했다. 학자 출신인 김 장관은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장을 지내다 '하노이 노딜' 직후인 지난해 4월 문재인 정부 2대 통일부 장관에 취임했다. 그는 학자 시절 우리 정부의 독자 대북 제재인 '5·24 조치'에 대해 "바보 같은 제재",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에 대해선 "통과의례"라고 발언했다. 이로 인해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구설에 올랐지만, 여권에선 "남북 관계 경색 국면을 타개할 적임자"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미·북 관계가 급속 냉각되면서 김 장관이 이렇다 할 대북 정책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 회견에서 언급한 북한 개별 관광을 비롯해 코로나 확산을 계기로 한 남북 보건·의료 협력 등을 추진했지만, 북측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남북 관계 교착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에선 김 장관에 대한 불만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 이후 남북 관계를 적대 관계로 전환하면서 김 장관의 입지가 더 급속히 축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당일인 16일 여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김 장관 비판 발언이 쏟아져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문 대통령이 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할 경우 김 장관은 재직 1년 2개월 동안 북측과 한 번도 회담을 갖지 못한 채 통일부를 떠나게 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8/20200618000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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