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17일 남북 간 교류·협력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발언을 두고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김여정은 이날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하며 문 대통령의 지난 15일 6·15선언 20주년 기념행사 영상 메시지 등에 대해 "자기변명과 책임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됐다"고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2018년 2월 서울에서 열렸던 북한 예술단 공연을 관람하면서 대화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2018년 2월 서울에서 열렸던 북한 예술단 공연을 관람하면서 대화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여정은 탈북민 대북전단 살포와 남한 정부의 '묵인'을 비난하면서 "남조선 당국자의 이번 연설은 응당 사죄와 반성, 재발 방지에 대한 확고한 다짐이 있어야 마땅할 것"이라며 "그러나 본말은 간데 없고 책임회피를 위한 변명과 오그랑수를 범벅해놓은 화려한 미사려구로 일관되여있다"고 했다.

또 "2000년 6.15공동선언서명시 남측당국자가 착용하였던 넥타이까지 빌려 매고 2018년 판문점선언때 사용하였던 연탁앞에 나서서 상징성과 의미는 언제나와 같이 애써 부여하느라 했다는데 그 내용을 들어보면 새삼 혐오감을 금할수 없다”며 "한마디로 맹물먹고 속이 얹힌 소리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하게 늘어 놓았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사진)이 지난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영상에서 축사를 하는 모습. 문 대통령은 이날 20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6·15 서명식에서 착용했던 푸른색 넥타이를 맸다. 오른쪽 사진은 김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문 서명식에서 손을 맞잡은 모습.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왼쪽 사진)이 지난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영상에서 축사를 하는 모습. 문 대통령은 이날 20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6·15 서명식에서 착용했던 푸른색 넥타이를 맸다. 오른쪽 사진은 김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문 서명식에서 손을 맞잡은 모습. /청와대


그러면서 "명색은 대통령의 연설이지만 민족앞에 지닌 책무와 의지, 현 사태수습의 방향과 대책이란 찾아볼래야 볼수가 없고 자기변명과 책임회피, 뿌리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된 남조선당국자의 연설을 듣자니 저도 모르게 속이 메슥메슥해지는것을 느꼈다"고 했다.

김여정은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교착의 원인을 외부로 돌렸다면서 "뿌리 깊은 사대주의근성에 시달리며 오욕과 자멸로 줄달음치고있는 이토록 비굴하고 굴종적인 상대와 더이상 북남관계를 논할수 없다는 것이 굳어질대로 굳어진 우리의 판단"이라고 했다.

김여정은 특히 문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직접 거론하며 "'평화는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느니, '구불구불 흐르더라도 끝내 바다로 향하는 강물처럼 락관적신념을 가져야 한다'느니, '더디더라도 한걸음씩 나아가야 한다'느니 하며 특유의 어법과 화법으로 멋쟁이 시늉을 해보느라 따라읽는 글줄표현들을 다듬는데 품 꽤나 넣은것 같은데 현 사태의 본질을 도대체 알고나 있는것인지 묻지 않을수 없다"고 했다.

김여정은 "어쨌든 이제는 남조선당국자들이 우리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나앉게 됐다"며 "남조선 당국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후회와 한탄뿐일 것"이라고 했다.

대남사업을 담당하는 장금철 통일전선부장도 동시에 공개한 담화를 통해 "적은 역시 적"이라며 "따라서 앞으로 남조선 당국과의 무슨 교류나 협력이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하고 악수하고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하고 악수하고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앞서 문 대통령은 6·15 선언 20주년을 맞은 15일 "6·15 20주년을 무거운 마음으로 맞게 됐다"며 "구불구불 흐르더라도 끝내 바다로 향하는 강물처럼 남과 북은 낙관적 신념을 가지고 더디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 제재 해제 이전이라도 남북 협력 사업을 추진할 방침임을 다시 밝히며 "남과 북이 자주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도 분명히 있다"며 "끊임없는 대화로 남북 간의 신뢰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김여정과 옥류관 주방장 등의 거친 비난에 대해 맞대응하지 않는 대신 "북한도 소통을 단절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과거의 대결 시대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는 "김 위원장의 결단과 노력을 잘 알고 있다"며 "기대만큼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나 또한 아쉬움이 매우 크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7/20200617003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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