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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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은 3일 전에 이번 일을 예고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 담화를 통해 "다음 번 대적(對敵) 행동의 행사권은 군 총참모부에 넘겨주려 한다"며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은 다음 단계 행동도 준비돼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연락사무소 폭파 다음으로 예고했던 9·19 군사합의 파기와 금강산·개성공단 시설 파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북 제재 해제가 실현되거나 북한이 원하는 경제적 이득을 얻기 전까진 경협 상징물을 파괴하고, 군사적 도발을 병행하는 투 트랙 도발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6일 오후 3시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대사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6일 오후 3시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대사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북한은 이 수여식 직전인 오후 2시 50분쯤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오후 3시 30분쯤 개성에서 폭발이 관측됐다는 속보가 나오기 시작했다. 청와대가 북한의 이상 기류를 사전에 알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연합뉴스
북한군은 16일 입장문에서 "우리는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와 대적 관계부서들로부터 북남 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들에 군대가 다시 진출하여 전선을 요새화하며, 대남 군사적 경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행동 방안을 연구할 데 대한 의견을 접수하였다"고 했다. 북한군이 언급한 '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들'은 9·19 군사합의로 파괴된 GP(감시소초)나 개성, 금강산 일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성은 과거 유사시 남침 통로 중 하나로 꼽혀왔다.

남북 합의로 파괴한 GP 재점령은 9·19 군사합의 폐기를 의미한다. 북한군이 9·19 합의에 명시된 적대 행위 금지 구역에서 도발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군이 예고한 대남 전단 살포는 바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군에서는 무인기를 이용한 전단 살포 가능성도 거론됐다. 군사 전문가들은 전방 포 사격 금지 구역에서 사격을 하거나, 서해 평화 수역 일대의 해안포를 다시 여는 방법으로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군 당국은 북한이 함박도 등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진행하던 무인도 요새화 작업 재개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과 같은 기습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北 대남 도발 발언과 조치
북한 군부가 남북 경협의 상징물인 금강산 관광 시설과 개성공단 시설을 공동연락사무소와 비슷한 방식으로 파괴할 가능성도 크다. 김여정은 이미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만약 남조선 당국이 (대북 전단에 대한) 응분의 조처를 따라 세우지 못한다면, 그것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쓸모없이 버림받고 있는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있어야 시끄럽기밖에 더하지 않은 북남 공동 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하여튼 단단히 각오는 해두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도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방사포 등을 동원해 금강산 시설을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북한이 국제적 파장을 부를 수 있는 전략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함경남도 신포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가능 잠수함을 공개하거나, '위성 발사'를 핑계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의 대표적 조치로 내세워온 영변 핵 시설을 재가동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군관계자는 "북한은 이미 각종 핵 시설을 은밀하게 돌려왔는데 대놓고 완전 가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은 이런 도발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며 한반도 긴장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긴장을 높이는 카드는 아직 많이 남아 있어 당분간 도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7/20200617001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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