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은 양념” 대통령 인식, 북에도 적용?
“독자 댓글에 대한 입장 말씀 드릴 수 없어”

북한 개성 근로자들이 대남 비난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개성 근로자들이 대남 비난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6일 북한 조평통 기관지 ‘우리민족끼리’의 독자감상글 코너에 문재인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지칭한 댓글이 노출된 것과 관련, “‘우리민족끼리’의 입장도 아니고 독자감상글 코너에 올라와 있는 댓글에 대한 입장을 말씀드릴 순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우리 언론의 기사를 보고 그야말로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며 “조선일보의 경우, (관련 기사) 제목의 주어를 ‘우리민족끼리’의 댓글이 아니라 통칭해 ‘북한’이라고 하면서 원색적인 댓글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 이런 식의 보도가 과연 언론의 정도라고 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대남 선전매체 대신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한 언론을 탓한 것이다. 이날 우리민족끼리의 독자감상글 코너엔 “문재인이 굴러들어온 평화번영의 복도 차버린 것은 여느 대통령들보다 훨씬 모자란 멍청이인 것을 증명해주는 사례” 등의 댓글이 노출됐다.

청와대가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북한보다는 이를 보도한 국내 언론을 특정해 비판한 데는 문재인 대통령의 ‘댓글은 양념’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정치인을 향한 문자 폭탄과 악성 댓글을 ‘양념’으로 규정했었다. 2018년 신년 회견에선 악성 댓글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말했었다.

“저는 아마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많은 그런 악플이나 이런 문자를 통한 비난이나 여러 가지 트윗이나 그렇게 많이 당한 정치인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냥 저와 생각이 같건 다르건 상관없이 그냥 유권자인 국민의 의사표시다, 그렇게 받아들입니다. 너무 그렇게 예민하실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북한 댓글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청와대 인식에는 북한의 댓글이 한국처럼 일반인들이 마음대로 달 수 있는 ‘민주적 의사 표현’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에서 노동신문 등 기존 기사에 댓글을 다는 형식의 독자감상글은 실제로는 관리자만 등록이 가능하다.

청와대가 탈북자들의 대북 전단을 ‘백해무익’으로 규정하며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자초한 것과 달리, 북한의 댓글에는 무대응한 것도 모순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비난에는 관용의 태도를, 이를 보도한 한국 언론에는 적대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1일에도 “우리민족끼리는 조평통 산하 조직 ‘조선615편집사’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라며 “조평통도 아니고 그 산하조직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주장에 청와대가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남북이 소통과 협력으로 문제를 풀자는 발언과 관련, “남 조선 당국자들이 이제 와서 설레발을 치며 횡설수설하고 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고 했다.

노동신문은 또 ‘우리 인민을 모독한 죄값(죗값)을 천백배로 받아낼 것이다’라는 제목의 정세론 해설에서 “모순적이고 허무맹랑한 소리만 늘어놓던 청와대가 뒤늦게야 삐라 살포에 대한 ‘엄정 대처방안’이라는 것을 들고 나왔다. 위기모면을 위한 궁여지책일 뿐”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6/20200616029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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