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남조선과 결별할 때'는 다음 정권 상대하겠다는 의미
 

김대중 칼럼니스트
김대중 칼럼니스트

4·15 총선 후 문재인 정권은 더욱 거만해지고 보다 교만해지고 그 어느 때보다 무소불위로 가고 있다. 일부 사람은 저들이 총선에서 저렇게 이겼으니 이제 자신감을 갖고 주위를 살피며 안전 운행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과거 자기들, 자기 사람들한테 불리하게 작용했던 사안들, 과거 보수 정권 때 법적으로 처리됐던 사건들까지 들추면서 '재조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한 진보 진영의 교수는 "지금의 진보는 자기 확신이 강하다. '자신들이 옳다'는 확신이다. 이것이 강하니 독단적으로 사고하고 돌진하고 본다"고 말했다.

권력이 이처럼 안하무인이고 독단적이면 야당이라도 정신 차리고 대안 세력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데, 지금 미래통합당은 보수 정당이라는 태생적이고 본질적인 정체성 간판을 가리고 기본소득이니 뭐니 하며 '집권당 비슷한' 정책이나 내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나름 읽은 '민의'라는 것이 '퍼주기'에 있는 것으로 착각한 '알바 지도부'를 따라가다가는 통합당은 집토끼도 들토끼도 모두 잃는 결과를 초래할 따름이다. 좌파 정당을 흉내 내서는 그들을 결코 이길 수 없고 평생 2등만 할 뿐이다. 보수와 진보, 우(右)와 좌(左)는 대체(代替)의 개념이지, 보완이나 통합의 개념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디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나? 그 징후는 밖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북한이 그 첫 문을 열고 있다.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저들의 '존엄'에 대한 비판이 산재해왔는데 왜 북한은 이제 와서 저렇게 호들갑인가?

어쩌면 '너희는 저런 삐라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으냐?'는 식의 '존엄의 한 말씀'이 있어 저렇게 충성심이 미친 듯이 표출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황을 관찰하건대 북한 당국자나 매체의 도가 지나친 '욕설'에는 분풀이를 넘어 문 대통령과 그의 정권에 대한 '유효 기간의 종료'라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즉 문 정권에 이제 '당신들의 쓸모는 끝났다'는 통보라는 의미다. '남조선과 결별할 때'라는 말은 문 정권의 레임덕을 의식한 것이며 다음 정권 또는 다음 대통령을 상대하겠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밖으로부터의 변화 두 번째는 미국 대통령 선거다. 오는 11월 선거에서 트럼프가 재선될 가능성은 점차로 희박해지고 있다. 트럼프가 재선되더라도 그는 어제의 거래꾼 트럼프가 아닌 사람으로 변신할 것이고, 민주당의 조 바이든이 새 대통령이 되면 백악관의 대한(對韓) 정책, 대북(對北) 정책은 중대한 전환을 맞을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중국과의 무역 전쟁,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헤게모니 싸움과 더불어 길게는 한반도, 짧게는 현 좌파 정권의 운명과 연결될 것이다. 민주당 정권의 한국 정책은 현 트럼프 노선과 확연히 달라질 것이며 문 정권의 레임덕은 더 앞당겨질 것이다.

제3의 변수는 중국 리더십의 변화다. 아직은 시진핑의 거취를 확실히 점칠 수 없지만 시진핑의 장기 집권은 미·중 무역 전쟁과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상승세가 꺾였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홍콩의 민주화 운동, 대만의 정치적 부상, 그리고 시진핑이 세계 곳곳에 뿌려놓은 '중국몽'의 흔적들이 부작용을 낳으면서 시진핑 시대의 효용성이 재조명될 것이다. 민주적 질서를 바라는 중국의 시민적 성숙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의 정치적 리더십에 변화가 생기면 한반도 정세도 달라질 것이고 문 정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도 '아베 이후'(포스트 아베)가 거론되고 있다. 일본 총리의 교체가 당장 한국 정치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후임 체제가 한·일 교착 상태의 원인이 어디 있는지 심도 있게 들여다본다면 문 정권의 반일(反日) 노선이 빛을 잃을 수 있고, 나아가 북한과 일본 관계가 새롭게 설정될 수도 있어 한국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특히 미국에서 촉발된 인종차별에 대한 전 세계적 항의 시위는 정치권력과 시민 권력 간의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정치권력이 압도해온 시대는 지나고 있다. 당장의 인기몰이를 위해 미래의 국민을 희생시키는 포퓰리즘 정치, 자기들만이 옳다는 유아독존의 정치, 더 나아가 국가와 체제를 위해 국민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양보되고 희생될 수 있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한국도 세계의 변화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5/20200615044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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