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위기]
 

북한이 12일 밤부터 13일 밤까지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세 차례의 대남 메시지를 내놓으며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 4일 김여정의 대북 전단 비난 담화 반나절 만에 전단 금지 입법 방침을 내놓으며 '성의'를 보였지만,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북한이 제재 및 코로나로 악화한 경제난, 대미 협상 실패 등 국내적 위기를 외부의 책임으로 돌리고 '핵보유국' 지위 확보의 명분을 다지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속 비방 담화의 포문은 지난 12일 밤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이 열었다. 그는 담화를 내고 "남조선 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 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2차 담화에선 '개소리'라는 표현까지 동원됐다.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13일 담화에서 한국 정부를 향해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며 "우리는 2년 전과도 많이 변했고 지금도 변하고 있으며 계속 무섭게 변할 것"이라고 했다. 그 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13일 밤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면서 무력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이 대남 비방 총공세에 나선 데는 내부 위기를 '외부의 적'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북한 리더십은 '하노이 노딜'로 입은 이미지 타격을 털어낼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은 미국이나 한국에 끌려다니지 않는다는 의지를 내부 강경파에게 보여주고자 강경 모드로 전환한 것"이라고 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핵보유국 지위 확보"라면서 "비핵화 협상 실패의 원인을 미국, 그리고 중재자 역할을 한 한국 책임으로 돌리며 핵무장 명분을 내세울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5/20200615000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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