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연합뉴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연합뉴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5일 “우리 정부가 북한한테 이런 모욕을, 수모를 당하게 만든 것이 사실은 미국(때문)이었다”며 “미국에 할 말은 해야 한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북한을 다시 (대화에) 나오게 만들려면 비무장지대를 건너서 평양으로 갈 것이 아니라 워싱턴으로 가야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등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북한이 우리 정부를향해 ‘왜 미국을 설득하지 못하느냐’고 항의하는 차원에서 막말을 쏟아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전 장관은 “(우리 통일부장관 등이) 미국으로 가서 ‘당신네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런 꼴을 당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비핵화에다 연결시켜 놨는데 비핵화는 하루 이틀에 되는 것도 아니고 30년이나 넘은 묵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과 남북관계를 병행해야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해야 한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그동안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공동선언, 남북 군사분야 기본합의서 이행에 미국이 발목을 잡았다”며 “미국은 (대북 유화책을 쓰자는) 우리에게 ‘그거 곤란하지’라고 답을 하지 ‘그거 좋지’라고 답을 하는 법이 없다"고 했다. 이어 “미국의 실무자들의 법 해석, 유엔 규정 해석의 문제이기 때문에 실무자들을 설득해야 한다”며 “최소한 국무부 장관이나 상무부 장관, 재무부 장관 정도를 상대하려면 통일부 장관이 움직여야 된다”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때 시작한 금강산 관광 그거 미국에 허락받으려고 했으면 시작도 못 했다”며 “노무현 정부 때 시작한 개성공단 개발도 미국에서 여러 가지로 제동을 걸어왔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 개발의 불가피성과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기계가 군사적으로 제정되지 않도록 확실하게 보장되겠다는 설득을 해서 미 상무부의 허락을 받아 가지고 시작을 했다. 그런데 한 번 가지고는 안 됐다. 세 번 이야기 끝에 답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회자가 ‘미국의 태도에 변함이 없으면 일을 진행시켜야 하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일을 저질러 놓고 어떻게 할 건가. 기껏해야 ‘한·미 관계가 이렇게 나오면 안 된다’ ‘동맹 간에 이럴 수 있느냐’는 식의 항의밖에 더 하겠나. 군대를 빼겠나”라며 “미국에 책상 치고 고함 지를 수 있는 용기가 없으면 남북관계는 한 발짝도 못 나간다”고 강조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5/20200615016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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