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2주년 담화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 잡고 있을 필요 있나"
리선권 외무상 명의 담화 이번이 처음
 
2018년 12월 26일 오전 북한 개성시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동서해선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참석한 리선권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자리를 뜨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2주년을 맞은 12일, 북한은 리선권 외무성 명의의 담화에서 "우리 공화국(북한)의 변함 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겠다"고 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압박에 나선 것이다.

리선권은 이날 '우리가 미국에 보내는 대답은 명백하다'이라는 제목의 6·12 미북 정상회담 2주년 담화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것이 6.12 2돌을 맞으며 우리가 미국에 보내는 답장"이라고 했다.

리선권은 2년 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두 해 전 한껏 부풀어 올랐던 조미(미북)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은 오늘날 악화 상승이라는 절망으로 바뀌었다"며 조선반도 평화번영에 대한 한가닥 낙관마저 비관적 악몽 속에 사그라져버렸다"고 했다.

리선권은 "조선반도 정세는 날을 따라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고 했다. 리선권은 북한이 "북부 핵시험장(풍계리 핵실험장)의 완전 폐기, 수십 구의 미군 유골 송환, 억류되어 있던 미국 국적의 중죄인들에 대한 특사 실시는 두말할 것 없이 세기적 결단"이었다며, "특히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하는 전략적 대용단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사일 시험이 없으며 미군 유골들이 돌아왔다' '억류되었던 인질들도 데려왔다', 미합중국을 대표하는 백악관 주인이 때없이 자랑거리로 뇌까려댄 말들"이라고 했다.

리선권은 "예사 지금이나 미국의 핵선제 공격 명단에 우리 공화국이 올라 있고,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핵타격 수단들이 우리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며 "미국의 뿌리깊은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근원적으로 종식되지 않는 한 미국은 앞으로 우리 국가, 제도, 인민에 대한 장기적 위협으로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리선권은 또 "우리 최고지도부와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가 유지된다고 해서 실제 조미 관계가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다"며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고 했다.

리선권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성과를 과시해온 점을 두고 "지금까지는 현 행정부의 행적을 돌이켜보면 정치적 치적 쌓기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며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로 마주 보며 안부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리선권 담화는 북한 주민들도 보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전날 북한 행보에 실망했다는 미 국무부 대변인 발언에 "부질 없는 망언"이라며 반발한 권정근 외무성 미국국장의 언론 문답도 노동신문에 싣지 않았다. 반면 남한의 대북전단 살포를 맹비난한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는 노동신문에 실렸다. 북한이 남북관계와 달리 미국에 대해서는 협상 여지를 남겨두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리선권은 지난 1월 외무상에 임명됐다. 리선권이 대미 담화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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