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일제히 탈북민 단체 압박
 

청와대는 11일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통일부도 대북 전단 살포 활동을 벌여온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 등 2곳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지 4시간 만에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가칭)' 추진을 공식화한 데 이어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절차 착수(10일), 청와대 유감 표명·경찰 고발(11일)까지 당·정·청이 일제히 대응 강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북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이 지난 9일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앞에서 대북 전단 살포에 항의하는 군중집회를 하는 모습.
북한은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노동신문 담화로 대북 전단 살포를 맹비난한 이후 전국적인 대남 규탄 군중집회를 벌여왔다. 사진은 북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이 지난 9일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앞에서 대북 전단 살포에 항의하는 군중집회를 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청와대와 통일부는 이날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및 페트병 살포 행위가 남북교류협력법을 비롯해 항공안전법, 공유수면법 등의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두 단체의 전단 살포가 '물자의 북한 반출을 위해서는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교류협력법 제13조를 어겼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또 공유수면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오염 물질을 버리는 행위를 금지한 '공유수면법'과 초경량 비행장치(무게 12㎏ 이상) 사용 시 국토부 장관에게 미리 신고하게 돼 있는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탈북민 단체가 쌀·전단·이동식 저장 장치(USB) 등을 담아 바다에 띄운 페트병이 북측에 도달하지 못하고 해양 쓰레기가 되는 경우와 일부 단체가 전단 살포에 드론(무인기)을 활용하는 경우를 각각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해가며 연일 대남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도 정부가 '낮은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데는 사흘 앞으로 다가온 6·15 남북 정상회담 20주년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있다. 6·15를 계기로 청와대가 어떤 형태로든 대화를 재개하려 한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업적으로 내세우는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한 모든 연락 채널을 끊은 상태다.

청와대 내부에선 "북한이 담화를 통해 경협(經協)이나 제재 돌파 같은 큰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했는데, '삐라 문제'로만 접근한 초기 대응이 잘못됐다"고 보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해결사' 역할을 할 인물의 부재(不在)를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한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제 와서 (탈북민 단체를 고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두 정상이 비밀 회동하듯이 한 번 만나서 돌파구를 좀 마련해야 할 거 아니냐"고 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총선 이후 획기적인 대북 정책을 기대했다가 변화가 없으니 실망의 뜻으로 대남 강공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통일부 조치에 대해 "매우 당연하고 적절한 대응"이라며 "반복된 불법 행위를 이번 기회에 뿌리 뽑자"고 했다. 허영 원내부대표는 11일 당 회의에서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과감히 통제하고, 지방자치단체도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은 대북 전단 살포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법안(설훈 최고위원) 등 4건의 관련 법을 줄줄이 발의했다. 또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도 당론(黨論)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통일부는 3차 추경 과정에서 탈북민 정착 예산 100억원가량을 삭감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측은 "코로나 사태로 탈북민 입국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어 예산을 깎았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2/20200612002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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