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각계서 우려… 국무부, 미북관계 정상화 전제로 北인권 언급
 

북한의 협박 이후 법 해석까지 바꿔가며 대북 전단 살포 단체들을 처벌하려는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평소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상과 표현의 자유를 높이 평가하던 지한파 인사들 사이에서도 "한국에서 인권과 표현의 자유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보다 김정은 독재정권을 더 신경 쓴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 2014년 10월 경기 파주시 통일동산에서 대북 전단을 매단 풍선을 날리고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 2014년 10월 경기 파주시 통일동산에서 대북 전단을 매단 풍선을 날리고 있다. 최근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맹비난을 이어가자, 청와대는 11일 "앞으로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성형주 기자

대북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는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기사를 공유하며 "북한 '최고검열책임자'(censor-in-chief) 김여정이 한국 정부에 그걸(전단 살포) 하지 말라고 명령할 수 있다면, 한국의 법과 민주주의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있나"라고 했다. 제니 타운 미 스팀슨센터 연구원도 이날 통일부가 전단 살포 활동을 한 탈북민 단체 2곳을 고발한 데 대해 "북한의 최후통첩에 즉각적으로 반응해 민주적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성윤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교수는 '북한을 한국처럼 만들겠다며 햇볕정책을 외치던 정치인·전문가들이 생각난다'는 트위터 메시지를 인용하며 "(이게) 진보라는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인권 전문가들도 우려를 쏟아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은 정보를 담은 풍선을 북한에 보내는 활동을 막으려 하기보다는 북한에 '주민들이 봐야 할 것을 통제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김정은 여동생의 위협에 굽실거리기(kow-tow)보다는 38선으로 갈린 (남북)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도록 북 정권에 검열·통제한 채널을 개방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대북전단살포 금지 관련 美전문가 반응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이 일은 나를 마음 아프게 한다"며 "그들(탈북민)은 (그리고 그들의 노력은) 공격이 아닌 보호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행동이 한국이나 문 대통령의 '평화 전략'에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한국이 굉장히 나쁜 길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

칼 거슈먼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 회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표현·언론의 자유 없는 북한에 정보를 알리려는 노력은 세계인권선언 정신에 부합한다"며 "이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일부) 한국인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국경) 밖에서 북한 주민을 돕고 지원하는 데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만큼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했다.

미국의 북한 인권운동 대모인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 주민보다 김정은 독재정권을 더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이번 조치는 재앙(disaster)"이라고 했다. CIA(미 중앙정보국) 출신인 정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트위터에 "(북한) 김씨 집안은 지난 수십년간 통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폭력·고문·테러에 의존해왔다"며 "이런 문제점들을 지속적으로 조명하고 목소리 내는 것을 북한은 가장 아파한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샘 브라운백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대사는 10일(현지 시각) '연례 국제종교자유 보고서'에서 "북한은 법으론 종교 자유를 보장한다지만 실제로는 가혹하게 탄압하고 있다"면서 "미·북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종교 자유를 포함한 인권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2/20200612002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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