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비판한 與 박용진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11일 "당신, 민주당 의원 맞느냐"는 문자메시지 폭탄에 시달렸다. 전날 라디오에 나와 탈북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맹비난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향해 "종이때기 몇 장 날아가서 (북한) 체제가 흔들리면 그 체제를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일부 극렬 여권 지지자를 자극한 듯했다. 그러나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박 의원은 "그래도 국민 자존심이 있지 않은가. 정부는 참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은 북을 향해서도 할 말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야당을 향해서도 "북이 정부를 조롱한다고 같이 정부를 때릴 게 아니라 북에 따끔하게 할 말을 하며 정부의 협상력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1971년생인 박 의원은 성균관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학생 운동권 출신이다. 30대 때 민주노동당 대변인을 지낸 그는 민주당으로 건너와 20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이번 21대 총선에선 민주당 서울 출마자 중 최고 득표율(64.45%)을 기록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이 총선에서 176석을 했다고 공리공담에 빠져 허송세월할 게 아니라 국민 삶을 개선하는 '민생 좌파'로 성과를 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현충원 친일 파묘법' 주장이 나왔는데 '뼈에 무슨 이념이 있느냐'는 말이 있다"며 과거에만 얽매일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줄기차게 오른쪽 돌파만 고집하던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대위원장 취임 후 중원 공략을 시작했다"며 "민주당도 긴장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북 전단 살포를 맹비난한 북 정권을 비판했는데.

"국민적 자존심이 있다. 정부는 협상 상대로서 어금니를 물어가며 전략적 인내를 하고 있겠지만 정치인들은 북을 상대로 매섭게 할 말은 해야 한다."

―북이 왜 저런다고 보나.

"전단은 핑계라고 본다. 대미 관계가 잘 안 풀리고 남북 관계에 별다른 변화가 없으니 일종의 초조함 속에서 미국과 한국의 대선 주자들에게 시험 문제를 낸 거다. 북도 솔직하지 않은 거다."

―정부가 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관련 단체를 고발하기로 했는데.

"남북 관계를 관리해야 할 정부로선 그럴 수밖에 없는 고충이 있을 것이다. 그럴수록 야당도 꽹과리 치듯 정부를 때리는 데 치중할 게 아니라 북을 더 매섭게 비판하는 게 옳지 않겠나."

―탈북 단체의 공개적 전단 살포를 어떻게 보나.

"표현의 자유를 누리되 과시성 이벤트보다 내실을 기하면 좋겠다."

―현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이란 평가가 있는데.

"인권 문제를 북 체제를 비판하는 수단으로만 접근하는 건 단견이다. 다만 인권에는 국제적 기준이라는 게 있다.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 흑인 인권 문제 개선에 국제적 연대와 압력이 실질적 효과를 냈던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에 대학을 다닌 운동권 출신인데.

"나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민생 좌파'다. 공리공담에 빠져 시간을 허송해선 안 된다. 재벌 개혁이든 유치원 개혁 문제든 반보(半步)라도 변화의 결과를 일구려 했다. 기준은 국민의 상식이 돼야 한다."

박 의원은 이 대목에서 최근 여당 일각에서 제기한 '현충원 친일 파묘법' 문제를 꺼냈다. 그는 "세상이 빛의 속도로 변하는 상황에서 선도(先導) 국가로 가려면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새로운 진영 대립을 낳을 수 있는 과거사의 무한 반복은 답이 아니다"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2/20200612002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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