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1972년부터 중지키로"
정부, 2000년부터 중단
탈북민단체 2004년부터 살포 시작
북한은 文정부 초기까지 살포
정부 "北, 판문점선언 이후 중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청와대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에 대한 정부 방침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11일 "앞으로 대북전단 및 물품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대북전단과 쌀이 든 페트병을 공중·해상으로 살포한 민간 탈북자 단체에 대해선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조치가 2018년 판문점 선언 뿐만 아니라,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도 들어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전단을 처음으로 금지시키려는 게 아니며, 박정희 정부 때부터 역대 정부들이 대북전단을 중지시키려 했다는 취지다. 정부는 '대북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관련 정부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남북 간 전단 및 물품 등 살포 중지 합의 주요 사례'를 첨부했다.

입장문은 "최근 남북 간 주요 현안이 되고 있는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는 2018년 '판문점선언' 뿐만 아니라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따른 남북조절위 공동발표문',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제1장 이행 부속합의서' 및 2004년 '6·4 합의서' 등 남북간 합의에 따라 중지키로 한 행위"라고 했다. 이에 대한 근거를 자세하게 설명한 자료다.
 
2017년 10월 16일 서울 청와대 인근에 북한 대남전단(삐라)이 떨어져 있다. 정부는 11일 "앞으로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겠다"면서 "북측도 2018년 '판문점선언' 이후 대남전단 살포를 중지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 자료에 따르면 남북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이어 같은 해 11월 4일 '남북조절위원회 공동위원장 제2차 회의 공동발표문'에서 "쌍방은 서로 비방 중상을 하지 않기로 한 남북공동성명의 조항에 따라 1972년 11월 11일 0시를 기하여 대남·대북 방송, 상대방 지역에 대한 전단 살포를 그만두기로 하였다"고 했다.

남북은 또 1992년 9월 17일 '남북기본합의서 제1장 이행 부속합의서' 제8조에서 "남과 북은 언론, 삐라 및 그 밖의 다른 수단, 방법을 통하여 상대방을 비방, 중상하지 아니한다"고 했다.

2004년 6월 4일엔 '6·4 합의서'라고 불리는 '서해해상의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에서 "쌍방은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4주년이 되는 2004년 6월 15일부터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방송과 게시물, 전단 등을 통한 모든 선전활동을 중지한다"고 했다. 이어 그 부속 합의서에서 "방송과 게시물, 전광판, 전단 등을 통한 모든 선전활동과 풍선, 기구를 이용한 각종 물품 살포를 중지한다"고 했다.

4·27 판문점선언은은 최초로 대북전단 살포 중지를 언급했을 때로부터 46년 뒤 나왔다. 판문점선언에서는 "(2018년)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한다"고 했다. 이 부분을 근거로 통일부는 이날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2016년 1월 살포한 대남전단. 전단엔 "북남관계를 망친 박근혜 대통령을 *** 때려잡자", "무자비한 불세례" 등 험악하고 원색적인 표현도 들어있다. /합참 제공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등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북한에 '삐라'라고 불리는 대북전단을 살포해 왔다. 정부의 대북전단이 중단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상호 비방 중단에 합의하면서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박상학 대표가 이끄는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가 나서 2004년부터 대북전단을 제작해 살포하고 있다. 전단 살포 중단은 남북 쌍방이 합의한 것이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북한군은 박 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전단을 남한에 살포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집권 초기 북한은 삐라를 남쪽으로 보냈다. 정부는 이날 입장문에서 "북측도 2018년 '판문점선언' 이후 대남 전단 살포를 중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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