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과 백두산에서 믿어달라고 할 때는 사람다워 보였다"

북한이 남북간 모든 통신연락선을 차단하는 등 남한에 압박을 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대외선전매체는 11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촛불 민심의 덕으로 집권했는데 오히려 선임자들보다 더하다"며 직설적으로 실망을 드러냈다.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와 함께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이날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평양시 인민위원회 부원 리영철의 글을 내보냈다. 리영철은 글에서 "평양과 백두산에서 두 손을 높이 들고 무엇을 하겠다고 믿어달라고 할 때 같아서는 그래도 사람다워 보였고, 촛불민심의 덕으로 집권했다니 그래도 이전 당국자들과는 좀 다르겠거니 생각했다"며 "지금 보니 다르기는커녕 오히려 선임자들보다 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조국통일연구원의 한성일 실장도 이 매체에 "(남한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묵인은) 한마디로 북남관계가 다 깨져도 좋다는 것 아닌가"라며 "남조선 당국은 이제부터 가장 고통스럽고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노동당 기관지 산하 노동신문은 이날 논설에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이번 사태는 분명 북남관계를 깨뜨리려고 작심하고 덤벼드는 우리에 대한 도전이고 선전포고나 같다"며 "후에 판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북남(남북)관계가 총파산된다 해도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응당한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인민의 철의 의지"라고 밝혔다.

신문은 '악의 소굴을 쓸어버릴 거세찬 분노의 파도' 제목의 정세론 해설에서도 "남조선 당국은 반공화국 삐라 살포를 감싸지 말아야 하며, 파국적 사태의 대가를 처절하게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남북관계 경색 책임을 남한에 돌리고, 동시에 동시에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신문은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을 언급한 뒤 "민족 분열의 장벽을 허물고 자주통일의 새 국면을 열기 위해 우리 당과 정부가 애국애족의 선의를 베풀었다"며 "선의에 적의로 대답해 나서는 남조선 당국자들이야 말로 인간의 초보적 양심과 의리마저 상실한 비열한"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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