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삐라 살포,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현행법에 따라 대북전단도 장관 승인 필요하다고 해석
김홍걸·김승남 "대북전단 막겠다"며 개정안 발의
與도 "현행법으론 못 막는다"고 판단한 셈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지난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장관실에서 접경지역 시장군수 협의회장인 정하영 김포시장으로부터 대북 전단 살포 중단 건의문을 전달받고 있다. /뉴시스

통일부는 10일 대북전단(삐라)을 살포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와 그의 동생 박정오 큰샘 대표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두 단체가 북한에 물품을 보내면서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일부는 그 동안 대북전단이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해석해오지 않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여당은 현행법으로는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근거가 없다며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날 통일부 판단과 여당 의원들이 견해가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박상학·박정오 고발 배경에 대해 "정부는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이 대북전단 및 페트병 살포 활동으로 남북교류협력법 반출 승인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박상학 대표가 이끄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31일 대북전단 50만장과 소책자, 메모리카드, 미국 달러화 등을 대형 풍선에 담아 북으로 보냈다. 또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은 지난 8일 강화군 삼산면의 한 마을에서 쌀을 담은 페트병을 바다에 띄어 북측에 보내려다 주민 반발로 실패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지난 8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리 한 해안가 진입로에서 주민들과 말다툼을 벌인 뒤 되돌아가고 있다. 박 대표와 탈북민 단체 회원들은 이날 이 지역 해안가에서 쌀을 담은 페트병을 바다에 띄워 북측에 보내는 행사를 개최하려다가 주민 반발에 부딪혀 실패하고 되돌아갔다. /연합뉴스

통일부는 이런 행위가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그런데 통일부는 지금까지 '대북전단'은 이 법에 따라 승인을 받아야 하는 물품이라고 해석하지 않았다. 이 점은 여당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법을 고쳐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며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3남인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지난 5일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하겠다며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북전단과 이에 준하는 물품을 현행법상 남북 간 교역과 반출·반입 대상에 포함시켜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겠다"는 게 골자다.

김홍걸 의원에 발의한 개정안을 살펴보면, 남북교류협력법 제2조 2항에서 '물품'에 대해 '보조기억매체(USB 등), 광고선전물, 인쇄물 등'이라고 자세히 규정해 대북전단이 포함되도록 했다. 또 제2조 3항에선 '반출·반입'에 대해 '매매, 교환, 임대차, 사용대차, 증여, 사용'에 "선전(宣傳)'을 추가하도록 했다. 물품 등의 이동에도 '풍선기구 등의 이동 ·수송 당비를 이용해 인쇄물 등을 불특정 다수에게 살포하는 행위'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김 의원은 개정안을 발의하며 "국민 안전과 관련된 사안은 정부가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입법 취지를 밝혔다. 다시 말해 현행법에는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의 합헌적 해석과 선거의 공정성에 관한 학술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같은 당 김승남 의원이 발의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도 비슷하다. 김 의원은 이 법의 제9조의 2에서 "남한 주민이 북한 주민과 회합·통신, 그 밖의 방법으로 접촉하려면 통일부 장관에게 미리 신고하여야 한다"는 부분에서 '회합·통신'에 전단 살포를 추가했다. 이 법 제20조 "남한과 북한 간에 선박·항공기·철도·차량 또는 자동차 등을 운행하려는 자는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부분에도 '초경량비행장치(드론)·애드벌룬'을 추가했다.

박상학 대표는 지난 4월 드론을 이용해 북한에 대북전단을 살포한 적이 있는데, 풍선을 이용한 살포와 드론을 이용한 살포 모두 막겠다는 게 김승남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취지다. 바꿔 말하면 현행법으로는 풍선이나 드론을 이용한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할 수 있는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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