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북한군 직통은 정상 가동

북한이 9일 오전 예고했던 대로 정오에도 남한의 연락사무소 통화에 응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현재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을 통한 남북간 통화가 모두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공동 연락사무소는 낮 12시 북측과 통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북측은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오전 통화 연결에도 답하지 않았다.
 
2018년 1월 3일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완전히 끊겼던 남북 연락채널이 1년 11개월만에 복구됐다. 경기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에서 우리 측 연락관이 북측과 통화를 위해 '남북직통전화'를 점검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북한은 이날 정오부터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남북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군의 동·서해 통신선, 청와대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의 직통전화(핫라인)선 등을 완전히 차단 폐기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정례 통화가 이뤄지는 시간(오전 9시, 오후 5시)이 아닌, 낮 12시에 연락사무소 간 통화를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국방부도 이날 오전 9시와 오후 4시 두 차례 동·서해 군 통신선을 이용해 북측에 통화를 시도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밝혔다. 남북 군 당국의 통신선을 이용한 통화는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4시 두 차례 정기적으로 이뤄져 왔다. 국방부는 북측은 남북 함정 간 해상 핫라인인 국제상선공통망에도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북한이 이날 오전 9시와 정오 등 2차례 연락사무소 통화에 응하지 않고, 국방부의 통화 시도에도 불응한 것은 남북간 모든 통신선을 끊겠다는 예고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통신선 차단으로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는 사실상 폐지 상태와 마찬가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통신연락선 차단 조치는 지난 4일 김여정이 담화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면서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뒤 닷새 만에 이뤄졌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새벽 "김영철 동지와 김여정 동지는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죄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들을 심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선 먼저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 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 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개성공단 완전 철거와 9·19 남북 군사합의 폐기 조치도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 간 직통전화는 이날 일단 정상 가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 등에 따르면 유엔사와 북한군은 판문점에 설치된 직통전화로 이날 일상적인 통신 점검 등을 했다. 이 직통전화는 판문점 남측 유엔사 일직 장교 사무실과 북측 판문각에 각각 설치돼 유엔사와 북한군을 연결한다. 그러나 북한이 유엔사와의 직통전화를 앞으로 계속해서 정상적으로 가동할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

북한은 2013년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하면서 유엔사와의 직통전화를 일방적으로 단절했다. 2018년 7월 남북 및 북미 간 긴장 완화 분위기 속에 약 5년 만에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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