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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상봉 남북 두 아내 “내몫까지 남편에게 잘해주세요” “통일되면 북으로 영감 보내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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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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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돼서 다시 만나면 본처를 위해 자리를 양보하겠습니다. 북쪽에 (이선행) 할아버지를 보내줘야죠. 그게 순리지요. ”

부부가 함께 평양 방문단에 포함돼 각각 가족을 만난 이선행(81)씨와 남쪽의 부인인 이송자(82)씨. 상봉 마지막 날인 17일 고별오찬에서 이선행씨의 ‘남쪽의 아내’ 이송자씨와 ‘북쪽의 아내’ 홍경옥(76)씨가 극적으로 만났다. 북한에 각각 처와 아들을 두고 남쪽으로 내려온 뒤 지난 68년 재혼한 이들은 각각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 우연히 모두 북한으로 가는 방문단에 선발되는 행운을 안았었다.

그러나 북쪽 아내 홍씨와 남쪽 아내 이씨는 15일 이후 세차례 상봉과 한차례 식사 때 서로 얼굴을 지나치면서도 선뜻 인사를 나누지 못했었다. 막상 얼굴을 맞대려니 각각 따로 만난 자식들 보기도 그렇고 이것저것 생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날 오찬 바로 직전 고려호텔 21층 승강기를 타는 순간까지만 해도 남북의 아내는 서로를 피했다. 홍경옥씨가 다가오는 걸 보고 이송자씨에게 기자들이 “말을 건네라”고 하자, 이씨는 “웃음거리가 된다”면서 “뭔 할 얘기가 있느냐”고 만나길 한사코 거부했다.

그러다가 17일 고려호텔에서의 고별 오찬 때 북측 안내원의 권유로 자리에 합석, 10여분간 서로 정식으로 만나게 됐다. 북쪽의 아들들이 먼저 이선행씨에게 잔을 권했다. 이송자씨의 북쪽 아들 박위석(61)씨가 이선행씨에게 “아버님 받으십시오”라며 들쭉술을 권했다.

홍경옥씨와 함께 온 북쪽 장남 진일(56)씨는 이송자씨를 “어머님”이라고 불렀다. 이어 진일씨와 동생 진관(51)씨는 이송자씨의 아들 박씨에게 “형님으로 하겠습니다” 하며 손을 잡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송자씨는 “이런 비극이 역사에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고, 온 가족이 다같이 건배를 했다. 이어 이씨는 홍씨에게 악수를 청하며 “반갑습니다. 건강하세요”라고 말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홍씨가 고개만 끄덕였다.

이날 오전 개별 상봉 때 이선행씨는 북한에 두고온 아내 홍씨를 만나 눈물을 터뜨렸다. 이씨는 홍씨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혼자서 애를 키우느라 고생 많았어. 그런데 왜 스물여섯 예쁜 얼굴이 이렇게 쭈글쭈글해졌느냐”며 오열했다. 이씨는 사진기자들을 모두 내보낸 뒤 “이제 내 마지막 소원을 이룰 차례”라며 갑자기 홍씨를 등에 업고 눈물을 흘리며 방안을 돌았다.

이날 개별 상봉에서 자재지도원으로 일하고 있는 북쪽 아들 박위석씨를 만난 이송자씨는 “할아버지가 북쪽 부인하고 하룻밤이라도 손을 꼭잡고 지낼 기회가 있었으면…”하고 말했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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