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만에 나타나 정치국 회의서 이례적으로 논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의 핵심 기구인 정치국 회의를 열고 '평양시민 생활 보장을 위한 당면한 문제'와 화학공업 등 '자립경제 발전과 주민 생활 향상'을 위한 논의를 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일 보도했다. 지난달 하순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이후 약 보름 만에 공개석상에 나타난 것이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당 정치국 회의에서 평양 시민 생활 보장을 언급한 것은 흔치 않은 사례로, 핵심 계층이 모여 사는 평양도 경제난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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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 부부장이 지난 7일 당 정치국 회의에서 메모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김정은이 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이 언급한 '평양시민 생활보장'의 핵심은 식량·전기·땔감 등 공급을 안정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이다. 대북 제재와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북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핵심 계층이 모여 사는 평양도 주민들의 의식주 문제가 심각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정권을 떠받치는 당·정·군 핵심 계층이 모여 사는 평양을 특별 관리해 왔다. '평양공화국'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평양 출신의 고위급 탈북민 A씨는 "북한은 지방에는 식량을 공급하지 못해도 군량미와 수도미(수도에 공급하는 식량)는 보장해 왔다"며 "식량 수급은 물론 전력과 땔감 문제 해결도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 산하 피치솔루션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대북 제재와 코로나 여파로 올해 -6%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북한이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7년에 기록한 -6.5% 이후 23년 만에 최악의 수치로 평가된다.

대북 소식통은 "수입 원료 및 자재를 이용하는 공장은 대부분 생산 라인이 멈춘 상황"이라며 "절약과 주민 수탈을 의미하는 '내부예비 총동원' 등의 방법으로 경제난 극복을 강조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북한은 지난 4월 15일 완공을 목표로 했던 원산-갈마 해안 관광 건설도 외화 및 자재 부족으로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평양의 노후 주택 리모델링 및 살림집 신규 건설을 통해 평양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평양에서도 선별된 엘리트 계층이 모여 사는 창전거리와 여명거리 등 김정은 집권 이후 건설된 현대적인 주택에서 사는 주민들은 자긍심을 느끼지만 김일성·김정일 시대에 지어진 노후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이번 당 정치국 회의에서 첫째 안건으로 언급한 '화학공업' 문제는 식량 증산을 위한 비료 문제 해결과 직결돼 있다. 김정은이 지난달 21일간의 잠행 끝에 재등장한 장소도 순천인비료공장이었다. 그만큼 식량 증산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최근 대남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이유가 심각한 경제난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북 소식통은 "대북 전단은 구실이고 우리 정부를 압박해 대규모 대북 지원을 끌어내려는 의도"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9/20200609002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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